올해 Y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2004년도 서울지역 중·고교 교사 임용고사를 준비하고 있는 이모(24)씨는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노량진에 있는 학원에 다니고 있다. 이씨는 "미술교사에게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란 필요도 없는 것이지만, 가산점을 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학원에 다니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실력보다 가산점이 당락결정 좌우
지역간 원활한 교원 인력 수급과 수준 높은 교원을 뽑는다는 명분으로 1991년부터 도입된 임용고사 가산점 제도가 본래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임용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로 변질되면서 수많은 예비교사들을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
현행 임용교사 시험규칙은 2004년도 임용고사부터 교육학과 전공과목 등 필기시험 성적이 과락선(40%)을 넘을 경우 총 배점의 10%(2003년도까지는 15%)까지 별도 가산점을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은 지역 각종 국가기술자격증 복수·부전공 교원자격증 영어능력 등에 따라 가산점을 주고 있다. 서울지역은 국가기술자격증의 경우 2004년부터 정보처리기사 2점 정보처리산업기사, 워드프로세서 1급 등 1.5점 컴퓨터 활용능력 2,3급 1점 등의 가산점을 준다.
그러나 예비교사 수험생들의 필기시험 성적에 거의 차이가 없어 가산점은 당락을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실시된 2003년도 서울지역 국어과 임용고사의 경우 57명 모집에 786명이 응시했으나 이중 무려 93명의 성적이 합격점(83.67점) 부근에 몰려 가산점에 의해 합격 여부가 결정됐다. 이 때문에 임용고사를 준비하는 예비 교사들은 더 많은 가산점을 받기 위해 전공과는 상관없는 자격증 따기에 열중하고 있다.
조리사·비서 자격증에도 가산점
예비 교사들이 국가기술자격증 따기에 매달리다 보니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는 이들을 위한 특별강좌까지 등장했다. 특히 일부 시·도교육청은 조리사, 비서 자격증 등에 대해서도 가산점을 주고 있어 국어, 수학, 과학교사를 지망하는 수험생이 요리학원에 다니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 임용고사 자격증을 준비중인 서울 A대학 과학교육과 4학년 임모(23·여)씨는 "지역이나 복수·부전공 가산점을 받을 수가 없어 조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니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지원자가 서울로 몰리는 것을 막고 원활한 교원수급을 위해서는 해당지역 출신을 우대하는 등 가산점이 불가피하다"며 "국가기술자격증에 주는 가산점에 대해서는 문제점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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