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각 부처들이 개혁의 실천방안을 놓고 심한 이견을 노출하고,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법 규정을 적용하거나 업무영역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사례가 잇따라 행정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16일 관련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외국기업'으로 인정한 기업을, 정보통신부는 '국내기업'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명백한 산업자원부 업무를 정통부가 자신의 업무라고 주장하는 등 '부처간 이견' 수준을 넘어선 부처간 '업무 코드'의 불일치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SK(주) 지분을 14.99% 사들인 영국 크레스트 증권에 대한 관련 부처간 이견. 산자부와 공정위는 단일 외국인 지분이 10%를 넘으면 외국법인으로 인정한다는 '외국인투자촉진법'의 규정에 근거해 SK(주)를 외국인 투자법인으로 인정한 반면 정통부는 15%로 규정한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SK(주)는 아직 한국기업'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15일에는 정통부가 국회 업무보고에서 지능형로봇, 포스트PC, 차세대 디스플레이, 2차 전지 등을 자신들의 해당분야라고 보고, 이 업무를 맡아온 산자부의 반발과 함께 관련기업을 당혹케 했다.
주요 개혁 정책인 출자총액제한 제도의 운영을 놓고도 너무 많은 예외조항을 줄여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입장과 현 수준을 유지하자는 재정경제부의 대립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이어가고 있다.
재정경제부와 국세청은 골프나 룸살롱 접대비의 손비인정 여부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이 "세정개혁 차원에서 손비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으나, 재경부는 "골프장, 유흥업소 지출을 접대비에서 제외하기 위해 세법을 고칠 계획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또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에서 김진표(金振杓) 경제부총리가 "국세청이 지난해 10월 영국계 투자 은행인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대해 세금포탈 혐의를 잡고 세무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국세청측은 '세제실장 출신의 경제부총리가 그런 발언을 했다니, 어이가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전문가들은 "중앙 행정기관은 해당법률과 기관장의 철학에 따라 정책을 집행한다"며 "특정사안에 대해 부처별로 규정이 다르고, 핵심정책에 대해 기관장들의 의견이 상충돼 이견이 표면화하는 것은 사소한 부처간 이견과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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