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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이 태 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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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 이 태 용 대우인터내셔널 사장

입력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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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우인터내셔널 이태용 사장은 전형적인 '무역맨'이다. 서울역 맞은 편 대우빌딩의 사무실은 세계지도와 지구의, 회의용 원탁책상 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어 '썰렁한' 느낌이었다. 전날 밤 1박 2일간의 중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그는 인터뷰 직전에도 해외 바이어와 수출 협상을 끝내고 나온 길이었다.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뒤 당시 최고의 직장인 한국은행에 입행한 이 사장. 그러나 4년 만에 안정된 은행을 박차고 나와 미래가 불확실한 종합상사맨의 길을 선택했다. 그것도 "분위기가 좋다'는 선배의 말 한마디에 걸음마 단계인 대우에 발을 디뎠다. 무모한 도전에 대한 주변의 반대도 물론 따랐다.

이 사장은 그 결정에 대해 "은행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새롭게 성장하는 기업의 역동성에 매력을 느꼈다"며 "대우맨이 된 것을 한번도 후회한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우에 입사해 몸으로 부딪치며 배웠던 "노력해서 안 되는 것이 없다"는 대우맨의 정신은 워크아웃 중인 회사의 위기를 타개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사장은 지난 27년 동안 1999년 대우차 부사장을 지낸 1년을 제외하곤 무역인의 길을 걸어왔다. 이중 3분의 1은 해외에서 바이어들과 씨름하며 수출 길 개척에 시간을 보냈다. 대우맨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계약사례로는 3년의 험난한 협상 끝에 사상 처음으로 말레이시아에 국산 장갑차 수출계약을 성사시킨 것을 들었다.

콸라룸푸르 지사장이었던 그는 90년 10월 처음 현지 친구의 주선으로 말레이시아 정부에 국산 장갑차 수출을 타진했다. 국산 장갑차 품질을 반신반의하던 말레이시아 정부 관계자들을 국내 생산공장에 견학시키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계약 성사 직전에 갔지만, 영국과 프랑스 등 무기생산 업체들이 국산 장갑차에 대해 품질문제를 제기하는 등 집요한 공작으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사장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국내 기술자를 현지로 불러 말레이시아 군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기간요원을 한국 장갑차 부대에 연수시켜 국산 장갑차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3년간 말레이시아 육군참모총장 등 만난 별만도 100개 이상일 정도로 발 품을 팔아 결국 111대의 수출 계약을 따냈던 것이다.

이 사장은 "말레이시아군이 보스니아 평화유지군에 참여하면서 국산 장갑차를 주력 장비로 선정한 것을 보고 가슴 뿌듯했다"며 "무역맨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끈기와 인내를 배우고 민간외교관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젊음을 바친 (주)대우가 98년 부도의 위기에 몰렸을 때는 앞이 캄캄했다고 털어 놓았다. 가정도 돌보지 못하고 젊음을 던져 이룬 '수출역군'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죄인으로 손가락질 받을 때는 억울함과 자괴감을 느꼈다. 99년 그런 괴로움을 떨칠 기회가 그에게 제공됐다. 채권단이 (주)대우를 3개 회사로 분할하면서 대우인터내셔널의 '구원투수'로 그를 택했던 것이다.

회사에 남겨진 것은 1조3,000억원의 부채와 채권단에서 지원한 880억원의 현금이 전부였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종합상사의 '밥줄'인 해외 거래선들이 계약을 해지할 움직임을 보이고, 동료와 후배들이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나는 등 총체적 위기는 가실 줄 몰랐다. 하지만 그에겐 '아프리카에서도 냉장고를 팔 수 있다'는 유능한 대우맨들이 있었다. 토론을 통해 현안을 해결하는 대우의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전 직원이 밤낮으로 매달린 노력 끝에 6,000여 개의 해외 거래선 대부분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지난해 워크아웃 졸업직전 단계인 자율추진기업에 선정되고, 회사 분할 후 처음으로 당기순익 784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82%로 떨어졌다. 이 사장은 이 같은 경영성과가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우량 자산 매각 덕분이라고 설명했지만, 대우맨들의 열정이 밑바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최근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던 종합상사들은 그룹에서의 계열분리,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이라크전의 발발 등으로 존폐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은 "대우인터내셔널은 다르다"고 단언했다. 내수에 치중하는 다른 종합상사와 달리 대우인터내셔널은 100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자원개발사업, 곡물, 중소기업의 수출대행 등 수출에 주력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2007년까지 영업이익을 2,400억으로 늘리는 등 워크아웃 졸업과 함께 탄탄한 회사의 기반을 닦아 후배들에게 무너진 '대우맨'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것이 경영 목표"라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 이태용 사장은 누구

― 취미:등산, 수영

▲ 1946년 서울출생, 박지화(56)씨와 2남

▲ 64년 보성고 졸업

▲ 72년 서울대 상대 졸업 뒤 한국은행 입행

▲ 76년 (주)대우중공업 과장

▲ 88년 (주)대우 이사(콸라룸푸르 지사장)

▲ 94년 상무, 철강금속사업 본부장

▲ 95년 전무, 상품영업부문장

▲ 99년 대우차 부사장

▲ 99년 12월 (주)대우 무역부문 사장

▲ 00년 12월 (주)대우인터내셔널 사장

■내게 용기를 준 명언

회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의 긴 터널을 지나 오면서 시련과 역경의 순간이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회사의 운명을 좌우해야 하는 순간마다 나를 믿고 따르는 임직원들과 회사만을 생각하면서 위기를 극복했다.

힘들 때마다 독일철학자 임마뉴엘 칸트의 글귀를 떠 올렸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너는 해야만 하기 때문에."(You can do it, because you should do it)라는 말은 곱씹을수록 맛이 나는 명언이다. 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으로 우리는 존재하고 있으며, 그것이 불안한 미래를 잠재울 수 있는 정신적 지주가 된다는 깊은 뜻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이 글귀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이런 굳건한 믿음 덕분에 위기의 순간들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었고, 결국에는 회사 회생이라는 결실을 거둘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칸트의 글귀를 틈 나는 대로 떠올리며 나 스스로가 또 다른 기회에 도전하기 위한 정신적 근본으로 삼고 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배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다.

■내가 본 이태용 사장

3년 전 (주)대우가 갑작스럽게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라는 시련을 맞으며 대우인터내셔널로 분할될 당시, 회사 대표를 맡고 있던 이태용 사장을 보면서 많은 걱정을 하면서도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회사가 정상화하기까지 가정을 비롯한 모든 개인생활을 희생하며 고생할 이 사장이 안쓰러웠지만 결국은 대우인터내셔널이 정상화할 것이라는 확신에서였다.

나는 대학 재학 시절 이사장과 개인적으로 독서클럽을 같이 하고 태권도부에서 운동도 함께 하면서 막역한 친구로 지냈다. 누구보다 그를 잘 아는 나로서는 그가 위기에 처한 '대우인터내셔널호'의 방향타를 쥐고 있다는 게 듬직하게 느껴졌다.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힘이 위기 앞에서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근성이 강한 인물이었다. 대학생 때 뒤늦게 태권도를 배우는 과정은 그의 그런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처음 태권도를 시작한 이 사장은 6개월 정도 먼저 시작한 친구들보다 진도가 늦을 수밖에 없었다. 한번은 대련을 하다가 상대편에게 급소를 맞고 나가 떨어진 후 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일주일 후 다시 나타난 그는 "여기서 중단하면 영원히 패배자가 된다"고 말하면서 특유의 끈기로 운동을 계속했다. 짧은 기간에 유단자가 되어 졸업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그가 앞으로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재학시절 태권도로 탄탄하게 다져진 체력과 자신감, 타고난 명석함, 정확한 판단력으로 그는 회사의 '워크아웃 졸업'을 위해 진력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거기에만 머물 이 사장은 아니다. 아마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또 다른 목표를 설정하고 있을 것이다.

제 갈 정 웅 대림아이엔에스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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