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가 살아온다. 그간 ‘코믹’ 영화나 조폭 액션의 시대 분위기로 ‘인용’됐던 80년대의 사건, 그리고 그 사건에 연루된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진지한 드라마를 통해 21세기 관객들과 만난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 ‘품행제로’ ‘몽정기’ 등의 영화에서 80년대는 교복의 굴레를 벗기시작했으며, 낭만과 추억이 살아있는 그런 시대로 그려졌다.그러나 곧 개봉할 두 편의 영화는 복고 렌즈를 걷어치우고 좀 더 솔직한시선으로 80년대를 응시한다.
미제 사건으로 남은 화성연쇄 살인사건을 그린 ‘살인의 추억’(봉준호 감독, 25일 개봉)은 1986년~91년 5년을 더듬어 당시 한국 사회의 세밀화를내놓을 예정이다. 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는 등 사회는 점점 더 선진적 외형을 갖춰 갔으나 전근대성의 뿌리는 여전히 깊었다. 그런 모습이 치열했지만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화성 연쇄 살인사건 수사 현장을 통해 재현된다.
‘나비’(5월 1일)는 80년 삼청교육대 현장으로 들어간다. 75년 헤어진 연인이 다시 만나지만 음모에 말린 남자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가면서 빚어지는 슬픈 사연이 액션과 멜로의 교묘한 줄타기를 통해 드러난다. 삼청교육대가 극의 본격적 소재로 쓰인 것은 ‘모래 시계’ 이후 처음이다.
과연 ‘코믹’ 렌즈를 통하지 않고 우리의 80년대를 직시할 수 있을지. 두영화의 개봉이 기대되는 이유다.
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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