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먼 미래. 정신과 의사 캘빈(조지 클루니)은 지구의 에너지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솔라리스 행성으로 떠난 프로메테우스호에 탑승한 친구로부터 다급한 호출 연락을 받는다. 우주선에 탑승한 그는 대원들이 대부분 사망한 참혹한 현실과 부닥친다. 그러나 살아남은 사람들도 이유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다.잠이 든 캘빈은 헤어진 연인 레아(나타샤 맥켈혼)의 꿈을 꾼다. 둘은 지하철에서 만나 곧 사랑에 빠졌지만, 레아는 늘 자신의 청혼을 거절했다. 그러나 잠에서 깨어났을 때 옆에는 레아가 있었다. 죽은 줄 알았던 레아. 그는 곧 그것이 진짜 레아가 아니라 '비지터'로 불리는 기억의 육화한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우주선 함장 고든은 비지터가 외부 침략을 막으려는 솔라리스 행성의 현혹에 불과하다며 레아를 빨리 에너지로 전환시키고 지구로 귀환하자고 주장한다.
영상으로 철학을 말했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리메이크했다는 사실은 이 영화가 여느 SF와 다를 것이란 예감을 갖게 한다. 영화는 예감보다 더 느리게 전개되며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자, 내가 기억하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은 과연 그의 모습일까, 그렇다면 나의 기억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기억 속의 존재가 현실로 나타났을 때 그것은 그 사람인가 아닌가, 혹 나 자신은 누군가의 기억에 비친 또 다른 비지터인 것은 아닐까. SF로 쓴 존재론으로 이해될 만하다.
그러나 철학적 질문은 더 깊은 수준으로 빠져 들지 못한 채 상업 영화의 외피에 파묻힌다. 작가주의 영화의 정신은 끝없이 겉돈다. 차가운 느낌의 우주선 내부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존재에 대한 갈등은 SF적 로맨스를 기대하는 이와 철학적 해답을 찾고 싶은 이 모두에게 배반감을 준다. 감독 스티븐 소더버그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18일 개봉.
/박은주기자 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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