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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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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족

입력
2003.04.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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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는 노트북을 다섯 번 샀는데 포장도 뜯지 않은 신제품을 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무슨 물건이든 한 번 써보고 금방 새 기종으로 바꾸는 족속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이들은 무엇이든 첨단 신제품이 나오면 주문을 하고 포장을 뜯어 한 번 써봐야 몸살이 진정된다. 많이 쓰는 것도 아니고 그저 배터리 조립하고 전원 넣고 자신이 좋아하는, 자주 쓰는 프로그램을 몇 번 실행해본 뒤 곧 중고시장에 내놓는다. 포장을 뜯은 이상 중고가 되었기 때문에 값은 최소한 1, 2할이 떨어진다.

나 같은 사람이 물건을 헐값에 받아간 뒤에 그들은 홀쭉해진 지갑을 어루만지며 슬픈 눈으로 신제품 시장 주변을 배회한다. 그것 때문에 그들은 늘 돈이 모자라고 과로에 시달리지만 그만둘 수가 없다고 한다.

한 번은 내가 그들 중 한 사람에게 도대체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반문했다. "넌 청룡열차를 타면 무섭다면서 왜 자꾸 타는데?" "표를 샀으니까." "표는 왜?" "돈 내니까 표를 주더라." "그럼 나도 냅 둬, 짜샤. 난 이렇게 살고 싶으니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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