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 검증에 머물렀던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이 수술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또 외래환자나 의과대학생, 병원직원 등 병원 내부에 제한됐던 임상시험 참여를 일반인들로 확대하는 병원도 늘어나고 있다. 임상시험 대상자가 되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약값이나 수술비를 무료로 제공받으면서, 6개월∼1년 정도의 임상시험 기간동안 의사의 세심한 상담과 관찰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로부터도 호응을 얻고 있다.순천향대 부천병원 흉부외과는 국내 처음으로 심장병 수술 임상지원자를 모집, 10일부터 실시 중이다. 임상시험은 인공심폐 보조기를 대체할 T-PLS란 기기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다.
인공심폐 보조기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등 환자가 심장수술을 받을 때 일시 정지되는 심장의 혈액순환 기능을 대신하기 위해 사용돼왔다. T-PLS는 서울대 의공학과와 뉴하트 바이오사가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한 기기.
흉부외과 원용순교수는 "10일 첫 임상시험 대상자였던 협심증 환자(57세 남자)는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나 이번 주 말 퇴원 예정"이라면서 " 20여명의 지원자에게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임상시험 대상자는 700만∼1,000만원이나 하는 수술비를 감면받게 된다.
원교수는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 송아지 개 돼지를 대상으로 80여건의 동물실험을 실시했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은 최근 병원 홈페이지를 통해 알음알음 임상시험 지원자를 모집하는 데서 벗어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널리 임상시험 지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병원외래에서 환자들이 의사나 연구원의 권고에 따라 이루어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신문광고를 보고 찾아오는 환자도 많다. 한방병원 정승기 교수는 "한의학의 치료 효과에 대한 계량화된 검증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임상연구를 활발히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달 새 천식, 치매, 비만, 파킨슨병, 류마티스관절염 등 5개 질병 치료를 위한 한약과 침 효능 검증에 130여명이 넘는 환자가 참여했다. 정교수는 "한약이나 침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서인지, 임상시험 참여 후 치료 효과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면서 "한정된 연구비로 충분한 연구기간을 갖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 200병상이상 종합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약사의 신약임상시험은 갈수록 참여자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
약물 임상시험은 신약 시판 허가를 받기 전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1∼3상 시험과 시판 후 부작용이나 적정 사용용량을 찾기 위한 4상 시험으로 크게 나뉘어진다.
1∼3상 시험은 식품의약안전청의 관리 아래 이루어지고, 4상 시험은 제약사가 주도하고 있다.
한국얀센 메디컬부 약사 홍인자씨는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이 점점 높아지면서 환자 참여도 점점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신약판매 허가가 난 후 약물 장기투여에 따른 부작용 빈도나 안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실시하는 4상 임상시험에는 일단 안전성이 검증된 때문인지 환자의 참여도도 높고, 임상시험 규모도 상대적으로 크다"고 말했다.
/송영주 편집위원 yj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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