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를 논의할 다자협의의 구체적인 형식과 일정 등이 이르면 이번 주중에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필립 리커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다자대화 수용을 시사한 북한의 성명을 읽었으며 그에 따라 적절한 처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며칠 동안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이 같은 언급은 현재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해지고 있는 북한의 다자대화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조만간 미국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관련기사 A3면
리커 부대변인은 "우리는 많은 국가들과 이 문제를 논의해 왔고 현재도 계속하고 있다"면서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와의 협의 창구(뉴욕 채널)는 항상 열려 있다"고 말해 양측의 막후 접촉이 진행되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 대사는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다자협의 문제가 수일 내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고 일본 언론들이 15일 보도했다. 베이커 대사는 전날 도쿄(東京)에서 열린 행사에서 "다자간 협의 문제를 조금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미나 참석을 위해 방한 중인 찰스 카트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사무총장은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협의가 2주 내에 시작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은 "미국과 북한이 중국 한국 러시아 등 관련국을 매개로 해 다자협의의 형식과 개시 시점 등에 대해 깊숙한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협의의 가시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그동안 양측이 중국 등을 통해 협의를 진행해온 만큼 다자협의 문제가 급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며 "양측이 남북한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참여하는 6자 대화를 갖자는 데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 중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6개국이 참여하는 국장급 협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할 방침이라고 산케이(産經)신문이 15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 참여하고 있는 유럽연합(EU)과 호주도 옵서버 자격으로 참여시키는 방안도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미·일 3국은 서울에서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회의를 열어 의견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EU는 14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외무장관 회담에서 북한의 다자협의 수용 시사 발표에 대해 환영을 표시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ksi8101@hk.co.kr
도쿄=신윤석특파원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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