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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녹색 이랑 따라 차밭속 산책 "꿈결 걷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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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녹색 이랑 따라 차밭속 산책 "꿈결 걷듯"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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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찾아 떠나는 여행철이다. 국내 여행상품이나 답사단체의 일정과 테마는 온통 '차밭'이다. 차밭 여행은 눈 뿐 아니라 입도 즐겁다. 입으로 차 향기를 느끼며 바라보는 푸른 차밭. 봄이 완성된다. 가 볼만한 차밭을 꼽아본다.보성차밭(전남 보성군)

150만평이 넘는 가장 규모가 큰 차밭이 있다. 부드러운 바닷바람과 습한 바다 안개 등 차 재배의 적지여서 1930년대 일본인들이 종자를 처음 뿌렸다. 그러나 보성의 토양과 아름다운 경관은 그 종자를 완전한 우리 차로 만들었다. 향기와 맛의 기품에 일본 사람들도 감탄한다.

이제 찻잎을 따는 작업이 시작됐다. 양질의 차를 만들려면 손으로 일일이 따야 한다. 차밭의 주인과 종업원의 일손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찻잎을 따는 철이면 인근 마을에서 대규모 원정단이 파견된다. 연녹색 차나무의 파도와 그 사이사이에 들어앉아 찻잎을 따는 사람들. 아름답고 향기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대규모로 차를 재배하는 업자들이 조성해 놓은 다원에 들러볼 만 하다. 가장 유명한 것이 대한다업(주)의 보성다원(061-852-2593)이다. 1959년에 문을 열었으니 40년도 더 됐다. 보성읍에서 봇재를 넘기 직전에 있다. 다원에 들면 어쩐지 낯이 익다.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CF의 촬영장소이기 때문이다. 영화 '선물'에서 이정재와 이영애가 걷던 삼나무 숲길, 모 이동통신 CF에서 비구니와 수녀가 함께 자전거를 타는 오솔길, 드라마 '온달왕자들'의 신혼여행 촬영지 등이 모두 이 다원 안에 있다. 가족 혹인 연인끼리 행복한 산보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물론 차도 시음할 수 있다.

제주 서광다원(제주 남제주군)

조선의 명필인 추사 김정희가 유배생활을 했던 곳이다. 초의선사가 보내준 차를 마시며 외로움과 고통을 달랬다고 한다. 그러나 차 재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땅이었다. 온통 돌투성이였기 때문이다.

1983년부터 2년간 개간을 했다. 흙을 퍼서 돌 위에 뿌리고 방풍림을 만들어 어린 차나무가 다치지 않게 했다. 돈분을 퇴비로 만들어 토양을 비옥하게 했다. 2년여의 개간을 마치고 1985년 차묘목 100만 그루를 심었다. 버려진 땅이 옥토로 바뀌었다. 연 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강수량이 연간 1,800㎜로 차 재배의 적지이다. 그래서 차 농사에 크게 성공했다. 지금도 산간지대 개발의 성공모델로 꼽힌다. (주)태평양이 생산하는 차 제품의 원료가 이 다원에서 나온다. 설록차라고 부른다.

(주)태평양에서 건립한 차박물관 '오설록'이 이 다원에 있다. 전체적인 건물의 모습부터 흥미롭다. 찻잔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차의 역사와 차를 만드는 공정을 알 수 있는 전시관, 설록차 관련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영상관, 차로 만든 아이스크림과 쿠키 등을 판매하는 휴식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다원은 한라산, 산방산 등이 잘 보이는 곳에 있다. (064)794-5312.

강진 월출산다원(전남 강진군)

남한의 금강산이라고 불리는 월출산 남쪽 자락에 있다. 강진은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로 유명한 곳.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차 이야기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예로부터 많은 선비와 승려가 차를 즐겼던 곳이기도 하다. 차의 뿌리가 굳건한 땅이다.

월출산 남쪽 기슭은 차 재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춘 곳. 해방 직전까지 국내 최초의 녹차제품인 백운옥판차(白雲玉板茶)라는 전차(錢茶)를 생산하던 차 산지이다. 주야간 온도차가 크고 안개가 많아 떫은 맛이 적고 향이 강한 것이 특성이다. 지금의 월출산다원은 1981년 5월부터 조성되기 시작했다. 규모는 약 10만평.

월출산다원 여행은 산행과 문화유적 여행을 아우르는 것이 좋다. 당연히 월출산이다. 영암군의 천황사에서 출발해 도갑사로 내려오는 종주 코스가 일반적이다. 산행을 마친 뒤에는 남쪽으로 내려간다. 강진만 주변에 정약용 유배지인 다산초당, 동백꽃이 아름다운 백련사, 도자기를 구웠던 도요지 등이 있다. (061)432-5500.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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