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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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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옥호

입력
2003.04.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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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승지나 해수욕장, 국립공원 주변에는 으레 식당이 줄지어 선 곳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 곳을 다니면서 나는 식당의 간판에 쓰인 이름(옥호·屋號)이 특정 지역의 지명을 따서 지어진 이유가 궁금해졌다. 물론 그 지명이 주인의 고향이라든가 처갓집이라든가 하는 단순한 이유 말고. 왜 전주식당이 많은가. 전주가 비빔밥뿐만 아니라 맛의 고장의 대표 브랜드이므로 그렇다고 누군가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그럼 서울식당은? 세련, 깔끔함 따위의 의미를 담아 옛적에 지은 게 아니었을까.삼수갑산식당은? 삼수갑산에 귀양을 가더라도 우선 이 식당에서 먹고 가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면 부산식당은? 회 전문이겠지. 그래? 그럼 안양식당은? 그러자 확고부동한 어조로 따박따박 대답을 해오던 이의 말소리가 문득 그쳤다. 기분이 난 나는 인천식당, 광주식당, 대전식당을 연달아 주워섬겼다. 며칠 뒤에 그는 대답을 가지고 돌아왔다. "거 말야. 그 동네에서 관광객들이 단체로 올 거 아냐. 그 사람들이 자기네 식당 오라고 그렇게 짓는 거야." 나는 마침 눈에 들어오는 식당 간판을 턱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서해식당도? 저긴 심청이하고 별주부가 오나?" 그는 답을 찾아 서해로 순례를 떠났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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