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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되살아난 매카시즘 망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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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의 할리우드 통신/ 되살아난 매카시즘 망령

입력
2003.04.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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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놓고 찬반론이 요란한 가운데 할리우드를 비롯한 미 연예계에 블랙리스트 악몽이 되살아 나고 있다.반전 발언 때문에 거센 역풍을 맞고 있는 대표적 연예인이 여성 3인조 컨트리 그룹 딕시 칙스. 그룹의 리드 싱어로 텍사스 출신인 나탈리 메인스(사진 가운데)가 지난 달 런던 공연에서 "우리는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임을 수치스럽게 여긴다"고 발언, 미 남부가 발칵 뒤집혔다.

메인스는 그 뒤 부시 대통령에게 사과를 했지만 화가 난 40여 컨트리 라디오 방송국이 이 그룹의 노래를 보이콧했고 또 이번 전쟁에 파견된 해병 부대가 있는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의회는 딕시 칙스에게 사과와 함께 군 가 족을 위한 무료 공연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할리우드에는 지금 반전론자 배우들이 앞으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 것이라는 낭설이 돌고있다.

숀 펜은 지난달 제작자 스티브 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숀 펜은 영화 '왜 남자는 결혼하지 말아야 하는가'에 출연키로 했으나 지난해 12월 바그다드를 방문, 이라크전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빙이 약속을 깼다고 주장했다. TV시리즈 '웨스트 윙'에서 미 대통령 역을 맡고 있는 마틴 쉰은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반전주의 때문에 시리즈를 방영하는 NBC 간부들이 자기를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에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진보적 할리우드는 새삼스럽게 긴장하곤 한다.

2차 대전 후 냉전 질서 하에서 동서 이념 대결로 할리우드가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경험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당시 일종의 마녀 사냥인 공산당 때려 잡기 광풍이 휘몰아치면서 미 하원 비미국적 행동조사위(HUAC)는 1947년과 51년 두 차례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사상에 물든 할리우드 연예인을 색출했다.

명분은 좌경 세력 색출이었지만 조사위의 진짜 표적은 할리우드에 만연한 진보 성향이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으려고 동료를 배신했고 연기파인 존 가필드('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후유증으로 결국 요절했다.

또 조셉 로시와 줄스 다신('일요일은 참으세요') 같은 감독들은 유럽으로 도주해 활동을 했다.

당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들은 시나리오 작가들. 조사위 청문회에 출두, 각자의 정치적 신념에 관한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해 옥살이를 해야 했던 '할리우드 10인' 중 대부분이 작가들이었다. 이때 미 배우 노조위원장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미연방수사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동료를 고자질했다.

배우들이 정치적 신념 때문에 비판과 핍박을 받는 일은 반복됐다. 베트남전에 반대한 제인 폰다와 엘살바도르의 좌익 반군을 지지한 전 미 배우노조위원장 에드 애스너 및 반유대주의자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등은 극우파의 배척 운동 대상이 됐다.

심지어 로버트 레드포드와 잭 레몬 및 그레고리 펙 같은 진보주의자는 쿠바영화제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할리우드에 블랙리스트 소문이 다시 나도는 것은 미국의 보수화를 말해준다.

/LA 미주본사 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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