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9단' 허재(38·원주TG·사진)의 코트 신화는 내년에도 계속될까. 2002∼2003 프로농구 정규시즌이 막을 내리면서 허재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13일 밤 챔피언 트로피를 안고 후배들에 둘러싸인 허재의 눈가엔 물기가 가득했다. 아마시절 우승을 밥 먹듯 했지만 그는 "우승한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좋은 것인지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플레이오프 최고의 화두는 허재였다. 38살의 나이지만 오직 우승을 향한 집념으로 새카만 후배들과 코트를 뒹굴며 몸을 부딪쳤던 허재는 "지난해 공언했던 우승약속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며 기뻐했다.
허재 신중, 코칭스태프 '필요'
단정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내년시즌에도 허재의 활약을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허재는 일단 "조만간 구단측과 상의해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용산고 2년 선배인 전창진 감독은 "올시즌 코트내에서 허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허재는 TG 구단의 선수이기도 하지만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은퇴여부는 나의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허재는 올시즌 정규리그 52경기에 출장, 평균 23분간 뛰면서 8.1점 4.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물론 다음시즌이면 우리 나이로 40살이 되는 허재가 코트에서 뛰는 시간은 더욱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허재가 현역으로 남는다면 코트에서 많은 시간을 뛰기 보다는 선수단 전체를 지배하는 통솔력과 자신감을 후배들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18점차 역전승, 동양과의 챔프 6차전 23점차 역전승 등 TG가 챔프전에서 모두 역전승으로 우승한 데에는 허재가 후배들에게 심어준 정신력과 투혼 그리고 응집력 덕분이었다. 전 감독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다음시즌 허 재의 체력을 감안해 홈경기만 출전시킨다던지 아니면 한 경기 쉬고 한 경기 뛰는 방식 등이 있을 것"이라며 허재의 필요성을 은연중 내비쳤다.
연봉조정이 걸림돌 될 듯
현실적인 문제는 있다. 허재의 연봉은 2억500만원. 다음시즌 신기성이 돌아오고 김주성 양경민 김승기 등의 연봉인상 요인을 고려하면 샐러리캡(11억5,000만원)에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허재는 깔끔한 양복보다는 땀에 밴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비고 싶어 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허재에 의해 농구 명가에 첫 발을 내딛은 TG는 2연패를 노리는 다음시즌 그의 존재가 절대 필요한 상황이어서 허재는 다음 시즌에도 코트에 서게될 확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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