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11시 경희대 크라운관. 하루 전 우여곡절 끝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신임 의장으로 선출된 정재욱(23·사진) 연세대 총학생회장의 첫 기자회견을 기다리던 보도진과 한총련 간부들은 "신임 의장이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는 소식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정 신임 의장에게 지난 이틀은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12일 시작된 한총련 대의원대회에서 잠시 눈도 붙이지 못한 채 '한총련 혁신'을 주제로 48시간 동안이나 열띤 유세와 토론을 벌였던 것. 그는 급기야 14일 오전 기자회견장으로 향하던 택시 안에서 스트레스성 쇼크로 쓰러지고 말았다. 응급 치료를 받고 몸을 추스려 연세대로 돌아온 정 신임 의장은 예정 시간보다 다섯 시간이나 늦게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말 한총련 의장에 입후보한 이후 하루도 쉴 틈 없이 전국의 대의원들을 찾아 다니며 유세를 펼치느라 몸이 몹시 허약해졌던 것 같다"고 미안해 했다.
1999년 제주에서 올라와 연세대 기계전자공학부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그는 공학자를 꿈꾸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미군 전폭기에 의한 매향리 폭격훈련 현장을 답사하고 한총련 집회에 자주 참가하면서 학생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친구, 후배들과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함께 만드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한총련을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새로 만들 학생운동 조직도 300만 학생과 국민들의 인정을 받아야만 힘이 생길 것입니다." 연세대 총학생회 동료들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을 '유연성과 포용력'으로 꼽는다. 그는 또 '한총련 합법성 쟁취'를 위한 방편으로 '한총련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어서 한총련의 합법화를 꾀하는 노무현 정부와도 '코드'가 맞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사진 김주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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