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과 그 지천 주변을 보호하기 위한 서울시의 의지가 뒷걸음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가 최근 입법예고한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이 수변경관지구의 보호를 사실상 포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개정안은 수변지구내 건축물의 높이를 12층 이하, 40㎙ 이하로 제한하고있다. 그러나 들어설 수 있는 건축물의 용도를 명기하지 않아, 높이 기준만 충족하면 사실상 대부분 종류의 건물을 지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수변지구를 지정토록 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취지를 벗어나는것은 물론 “경관 관리보다 저층아파트 개발에 더 치중한 것 같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개발유도?
대한국토ㆍ도시계획학회가 건설교통부의 의뢰를 받아 올해 초 만든 도시계획조례표준안은 수변경관지구를 경관을 적극 보호ㆍ유지하기 위한 1종 지역과 제한적 개발이 허용되는 2종 지역으로 구분했다. 1, 2종 관계없이 숙박 위락 판매 영업시설은 물론 아파트도 들어설 수 없도록 엄격 규제했다.
그러나 서울시 개정안은 표준안을 무시한 채 종 구분은 물론 건물이나 시설용도에 대한 규제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건물의 높이 제한도 지구단위계획과 아파트지구, 도시개발구역 등에 대한 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만 통과하면 아파트는물론 숙박 위락 판매 영업시설 등이 별 제한 없이 한강 변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표준안 입안에 참여한 협성대 도시공학과 이재준 교수는 “서울시 개정안대로라면 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15층 이상 고층아파트도 건축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경관 관리를 위해 5층 이하, 20㎙ 이하로 규제하되 필요한 경우에 한해 7층 이하, 28㎙ 이하로 완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대 도시공학과 황희연 교수는 “한강은 주변이 다양한 모습을 보이기때문에 거리, 위치에 따라 종을 세분화해야 하는데도 서울시는 아예 구분조차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후퇴하는 보호ㆍ관리 의지
사실 수변지구 보호는 서울시가 선도 역할을 했다. 시는 2000년 7월 자치단체중 처음으로 도시계획조례를 제정하면서 수변지구 보호를 위한 별도조례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2001년에는 한국조경학회에 한강 및 지천지역 실태 조사와 보호관리 방안 용역을 의뢰했다.
“서울시가 갑자기 의욕을 꺾어 의아스럽다”는 황희연 교수는 “서울시의영향을 받아서인지 충북도도 종 구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수변지구 보호 의지의 연쇄 후퇴를 우려했다.
유상오 동대문포럼운영위원장은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한강 주변을 심의를 통해 관리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며 “생태복원과보전, 이용이라는 차원에서 시가 엄격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조례표준안은 바다를 포함한 전 국토를 대상으로 한것이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로 개발이 진행된 한강 주변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과도한 규제는 또 다른 획일화를 가져와 경관을 망치고지역특성에 따른 관리와 보호를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 수변경관지구란
바다나 강 등 하천 주변의 자연경관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별도로 관리되는 수변인접지역.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시행령은 시ㆍ도 지자체가 도시계획조례나 별도의 조례를 통해 자연경관지구, 조망권경관지구와 함께 수변경관지구를 지정토록 하고 있다. 서울시는개정되는 도시계획조례에 수변경관지구를 삽입했으며 이에 근거해 내년에 한강 및 지천 주변을 중심으로 지구지정을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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