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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 너무 한 노무현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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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쓴소리] 너무 한 노무현 정권

입력
2003.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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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진 최근의 KBS 사태는 노무현 정권이 무슨 ‘소꿉놀이’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아심을 불러 일으켰다. 노 정권은 일부 언론을 향해 ‘너무 한 당신’이라고 그러지만, ‘너무 한 노 정권’이라는 말을 들어 싸다.MBC사장 인사도?

더욱 놀라운 건 MBC 사장 인사다. 최근 MBC에서 지난 김중배 사장 체제의 유일한 개혁 프로그램이라 할 <미디어 비평> 을 없애려고 했던 시도는 MBC의 변화상을 웅변해 주었다. 내외의 반발 때문에 그 프로그램을 존속시키기로 했다고는 하나 앞날이 걱정된다. 사장 인사에서부터 최근 MBC 상층부 인사가 보수 일색으로 이루어졌다는 세간의 평가가 괜한 말이 아닌 듯 싶다.

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KBS 사장 임명 건에 대해 고백했듯이, MBC 사장 인사에 대해서도 고백해줄 수는 없는가? 청와대 누구의 인맥인가? 지연인가, 학연인가? 아니면 MBC 사장 인사에 대해선 전혀 개입하지 않았는가?

김중배 전 MBC 사장에게도 묻고 싶다. 남은 임기를 채우지도 않은 채, 주변 사람들과 상의조차 하지 않은 채, 자기 혼자 마음대로 중도에 그만 둔 건 너무 무책임하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그 자리는 김중배 개인의 자리가 아니었다. 방송개혁을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만들어준 자리였다. 김 사장의 무책임한 처신이 너무도 이해가 안돼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는 온갖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모든 걸 솔직하게 밝히고 더 나아가 MBC 사장으로 지낸 경험을 방송개혁을 위해 공론화함으로써 마지막 책임을 다할 뜻이 없으신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KBS와 MBC의 모든 방송인들께 감히 당부드리고 싶다. 제발 멀리 내다보시기 바란다. 기존의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주의를 내던지지 않는다면, 스스로 조직 개혁부터 하지 않는다면,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사장이 누구냐에 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방송이라면, 우리가 지금과 같은 방송체제를 유지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지금 정치권은 열심히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 정당들은 방송을 오직 당파성의 관점에서만 보고 있다. 한 자리 하기 위해선 어느 쪽에 줄을 서는 것이 유리할까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들도 많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나는 최근 1980년대 역사를 쓰는 작업을 하면서 KBS와 MBC의 5공에 대한 치열한 충성 경쟁에 새삼 서글픔을 느껴야 했다. 그간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 책임을 두 방송사의 사장이었던 이원홍씨와 이진희씨와 그밖의 다른 사장들에게만 떠넘겨 왔다. 과연 그런가? 다른 방송인들은 모두 식물 인간이었는가?

그 충성 경쟁에 앞장섰던 인물들이 지금 양대 방송사의 상층부에 그대로 포진하고 있다. 개혁이 혁명보다 어렵다는 건 대대적인 인적 청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 정권에 이어 노 정권도 사장 임명을 통해 방송사 상층부의 보수적 성향을 제어하려는 시도를 하고자 했는지 모르겠지만, 다 실패로 돌아갔다.

이제 그런 방식은 수명을 다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노조 중심으로 자사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방송사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보장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혁에 나서야 한다. ‘제왕적 사장’의 시대를 이젠 끝내야 한다.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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