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인사 작업이 아직 진행중이기 때문에 '호남 소외론'에 대한 평가는 이른 감이 있다.그러나 주요 권력기관의 인사에 대한 본보의 조사결과, 경제 부처와 행정자치부,검찰,군 등에서 영남 출신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이 사실이다.
호남 지역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 정책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는 이유도 바로 몇몇 '힘 있는 부처'의 인사에서 비롯된 충격 때문이다.
검찰 고위직의 경우, 외형적 영·호남 분포 비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호남 출신 인맥이 포진했던 요직을 영남 인맥이 차지하는 역전 현상이나타났다.
경찰 인사 정도만이 비판의 화살에서 벗어나 있다.
때문에 문제는 지금까지 단행된 특정 부처의 인사가 전체가 모양새를 일그러지게 할 정도로 영남 편중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과 부처별로 인사정책이 들쭉날쭉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참모이자 별정직이기 때문에 예외적이기는 하지만,청와대 수석·보좌관 13명 가운데 50%에 육박하는 6명이 영남 출신이고 이중에서도 노대통령의 출신지인 부산·경남이 5명이다.
이런 인사 행태가 다른 부처와 정부 산하기관 등에서 되풀이된다면 새 정부의 인사 정책은 그만큼 정당성을 잃을 우려가 있다.
현재로서는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말이 호남소외론에 대한비판이 될 수도 있으나, 역으로 아직 검증되지도 않은 인사원칙을 들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달라'고 주문하는 것도 오류가 될 가능성이 있다
고태성 기자
■검찰
검찰의 경우 외형상 호남 역차별 현상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면을 들춰보면 지난 정권 시절 ‘실세’그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파워를 가졌던 호남 인맥이 퇴조한 대신 공백을 PK(부산ㆍ경남) 인맥 등이 채우고 있다.
DJ정권 말기에 검사장급 이상 간부 41명 중 호남출신은 10명으로 24%를 점했다. 현재는 37명 중 8명(22%)로 어느 정도 현상유지를 한 정도. 부산ㆍ경남은 11명으로 제자리걸음이고 대구ㆍ경북이 5명에서 6명으로 한명 느는데 그쳤다.
서울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 중수ㆍ공안부장 등 이른바 ‘빅4’ 자리에 서울 충남 부산 광주 출신이 골고루 포진했으나 워낙 눈에 띄는 자리여서 역대 정권에서도 유난히 지역안배에 신경을 썼다.
그러나 지난달 검사장 6명 승진 인사에서 호남 출신은 전무한 반면 PK 출신은 3명, 대구ㆍ강원ㆍ서울이 각 1명 씩이었다. 또 송광수 검찰총장-안대희 대검 중수부장-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박태규 범죄정보기획관 등 ‘사정지휘라인’이 PK인사들로 채워졌다.
특히 DJ정권 시절 호남 인맥을 대표했던 주요 검찰 간부들이 대부분 옷을 벗거나 요직에서 밀려나 호남 출신 검사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이 더욱 큰 듯하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경찰
참여정부 경찰의 치안감(지방경찰청장급) 이상 고위간부 25명 가운데 영남과 호남 출신은 각각 8명으로 지난 DJ정권 말기의 영ㆍ호남 비율과 큰 차이가 없다.
출신지별로 영남과 호남은 동수로 전체의 64%를 차지했고 충청권이 5명(20%), 서울ㆍ경기가 2명(8%), 강원과 제주가 각각 1명(4%)씩이었다.
DJ정권 말기인 지난 2월과 비교해서는 영남이 1명 느는 대신 호남이 1명 줄었을 뿐 나머지는 변화가 없었다. 경찰내부에서는 영남출신이 절대적으로 우세했던 YS정권이나 호남출신을 대거기용했던 DJ정권의 지역편중 인사를 조정하는 과정으로 보고있다.
출신대학별로는 고려대가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대와 성균관대가 각각 3명, 연세대가 1명으로 뒤를 이었다. DJ정권에서 약진했던 고려대 출신이 신정부 들어 대거 물러남으로써 고려대 인맥이 다소 후퇴했다.
총수인 경찰청장과 수도치안 책임자인 서울청장을 비롯, 본청 경무, 정보, 수사국장 등 이른바 5대핵심 보직에는 충청권이 3명으로 가장 많아 눈길을 끌었다.
YS정권 말기에는 영남이 2명, DJ정권 말기에는 호남이 2명으로 영ㆍ호남이 번갈아 요직을 독식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정곤 기자 kimjk@hk.co.kr
■군
군 수뇌부의 경우 DJ정부 말기와 비교했을 때 영남 출신이 상대적으로 약진했다. 대장급 인사 8명의 출신지는 경남ㆍ북 출신이 각 2명씩으로 영남이 전체 8명의 절반이다.
호남 출신은 1명, 강원 출신은 2명, 서울 출신은 1명이다. DJ 정부 말기에는 호남 출신 2명(전북 1, 전남 1명), 영남 2명(경남 1, 경북 1명), 서울 2명, 강원과 충남 출신이 각 1명씩이었다.
따라서 영남이 2명에서 4명으로, 강원 출신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난 반면 호남은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중장급 보직 중 ‘빅3’로 불리는 기무사, 특전사, 수방사령관과 해ㆍ공군 작전사령관, 해병대사령관 등 6명의 출신지를 포함했을 경우 영남 출신 6명, 호남은 3명으로 영남이 8명, 호남이 1명이었던 YS 정권 말기에 비해 지역 편중이 완화했다.
김정호 기자 azure@hk.co.kr
■경제부처
참여정부의 경제부처 1급 이상 인사는 ‘영남 부상’ 현상을 전형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번 정부의 1급 이상 40명 중 경남 6명, 경북 9명, 부산 1명, 대구 3명 등 영남 출신이 19명으로 전체의 48%이다. 국민의 정부 말기에는 1급 이상 40명 중 영남 출신이 15명(38%)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영남의 약진’이라 할만하다.
반면 호남 출신은 전남 8명, 전북 2명, 광주 1명 등 11명으로 전체의 28%에 불과하다. 국민의 정부 때는 16명이었다. 영남 출신들이 전 정권보다 4명 늘어난 대신 호남 출신들은 5명이나 줄어든 것.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국민의 정부 경제부처 1급 이상 간부가 호남 16명, 영남 15명으로 백중세를 유지하다, 참여정부 들어 호남 출신들이 내놓은 자리를 고스란히 영남 출신들이 되찾아간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참여정부에서 영ㆍ호남의 비율이 역전된 것을 인정한다”면서도 “김대중 정권 말기에 1급 이상 자리를 도맡았던 행정고시 14~17회들이 영남 출신의 합격률이 두드러졌던 행시 17~21회로 대체된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부처내 대표적 권력부서로 꼽히는 국세청의 경우에도 ‘영남 약진, 호남 퇴조’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용섭 국세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1급 인사는 지역안배 원칙에 따른다”고 밝혔다. 그래서 짜여진 진용이 이주성 차장(경남 사천ㆍ행시16회), 이주석 서울청장(전남 강진ㆍ행시13회), 전형수 중부청장(충남 보령ㆍ행시16회) 등 영ㆍ호남, 중부 등 3개 지역 출신의 ‘황금분할 트리오’.
그러나 전형수 중부청장과 최경수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경북 성주ㆍ14회)이 각각 국세심판원장, 중부청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맞교환 인사가 단행되는 바람에 영남세가 비교우위를 차지하게 됐다.
국장급(2~3급) 인사에서 영남권 부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국세청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던 호남 출신인 행정고시 12회와 13회 대부분이 용퇴하고, 16회와 17회들이 발탁됐기 때문이다.
국세청장, 서울청장과 함께 ‘국세청 3대 요직’으로 꼽히는 조사국장에 대구 출신인 최명해 국제조세관리관이 임명됐다.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하는 이 자리는 국민의 정부 시절 봉태열 전 서울청장, 손영래 전 국세청장, 이주석 현 서울청장 등 호남 출신들이 독식했다.
서울지역 기업체 조사를 관할하는 서울청 조사1국장도 호남출신에서 강릉 출신인 전군표 국장으로 교체됐다. 서울청 조사2국장에는 경북 출신의 윤종훈 국장, 중부청 조사1국장에는 대구 출신의 김호업 국장이 임명됐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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