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제구력 난조였다.” 박찬호가 12일(한국시간) 시애틀의 세이피코필드에서 열린 매리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사사구 8개를 남발하면서도1실점으로 승리를 챙긴 것에 대한 벅 쇼월터 감독의 농담섞인 평가다.애써 웃음을 지어보이는 표정과는 달리 쇼월터의 속마음은 결코 편할 리가없다. 최고 구속 145㎞ 대의 밋밋한 직구와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를 보인박찬호를 지켜봐야 했던 코칭스태프는 한순간도 편안하게 의자에 등을 붙이지 못했다.
1회 볼넷 3개로 2사 만루, 2회에도 볼넷 2개와 안타로 1사 만루, 3회와4회에도 무사 1,2루와 2사1,2루의 위기를 자초하는 등 마치 외줄타기를 보는 듯 아슬아슬한 경기 내용이었다. 1회 만루 상황에서 마크 맥레모의 타구에 몸을 던진 좌익수 칼 에버렛의 슬라이딩 캐치 시도가 성공을 거두지않았다면 박찬호는 조기 강판은 물론 불펜 강등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3피안타 탈삼진 5개를 기록한 이날 박찬호의 투구수는 114개. 이중 변화구가 66개로 직구(48개)보다 훨씬 많았다. ‘코리안특급’의 위용에 걸맞지않는 투구 내용이었다. 그만큼 박찬호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다. 직구로 승부하기보다 커브와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의 배팅타이밍을 빼앗는 데 주력했다. 연속 안타를 맞지 않는 노련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준 것이 그나마위안거리다.
어찌됐든 박찬호는 이날 라파엘 팔메이로의 2점 홈런 등 타선의 지원으로4-2로 승리, 올 시즌 2패 뒤 첫 승(방어율 9.28)을 신고했다. 이로써 메이저리그 진출 10년 만에 90승을 달성한 박찬호는 새로운 마음으로 17일 9시5분 애너하임과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그러나 100승 고지의 길은 멀고 험해 보인다.
김병주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