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확산으로 1.0%포인트 가량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하반기 수출전선에비상이 걸렸다.특히 국내 대중국 수출의 27.4%, 전자제품 수출의 40% 이상이 집중된 중국광둥성(廣東省)이 사스의 발원지로 드러남에 따라, 주력 수출품목인 전자제품의 수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 강승호 책임연구원은 13일 ‘사스가 한ㆍ중 경제교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사스 파문이 확산되면서 중국의 해외 수출기지인광둥성에서 전시회, 상담회 등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어 수출주문 감소가불가피하다”며 “감염자 및 사망자가 베이징, 상하이, 푸젠 등으로 늘어나면서 최소 3개월 가량 수출활동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 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광둥성에 대한 수출 규모는 연간 78억달러로전체 중국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7.4%에 달하며, 전자제품 수출은 40%를 넘는다”며 “현지 진출 기업의 수출용 부품산업도 외국인의 출장방문자제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광둥성은 전자산업의 생산 및 기술면에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전체를능가하며 중국 전체 교역량의 3분의 1, 전체 수출의 40%를 점하는 ‘세계의 공장’이다. 또 최근 LGㆍ삼성전자 등 수많은 국내 제조업체들의 투자가 집중되면서, 매년 100% 이상의 투자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강 연구원은 “프랑스 투자은행인 BNP파리바페레그린은 사스로 인한 관광, 소비위축 등으로 올해 아시아지역의 성장률이 0.4~1.5%포인트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며 “중국의 경우 전염 우려로 여행과 국내 소비지출 감소, 생산차질, 해외 직접투자 감소 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1년 178억달러(국내총생산의 1.5%)에 달하는 중국의 해외 여행수입이 20% 가량 감소하고 400억 달러 규모인 내수관광 수입도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며 “중국의 성장률 저하에 따라 올 하반기 우리 기업의중국 수출 증가세도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기관도 미국 등과의 통상마찰 격화와 중국시장의 침체로 심각한 수출차질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상반기에는 지난해 동기대비 19.5%의 높은 수출 증가율을 보이겠지만, 하반기에는 6.4%로 떨어져 연평균 12.5%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수출이 1ㆍ4분기에는 21.0%의 증가율을 보이지만, 2분기 10.6%, 3분기 6.8%, 4분기 4.8% 등으로 갈수록 계속 낮아질것으로 예상했다. KDI 조동철 거시경제팀장은 “우리 경제의 수출이 그나마 중국을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기존 전망치는 사스의 파급효과를고려하지 않은 것이어서 수출 성장세가 더욱 심하게 위축될 수 있다”고경고했다.
고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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