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울리고 있는 동안은 어떻든 계속 춤을 추는 거야. 의미 같은 건 생각해선 안돼. 제대로 스텝을 밟아 계속 춤을 추란 말이오. 그리고 굳어 져 버린 것을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풀어 나가는 거요.” 무라카미 하루키 장편소설 ‘댄스댄스댄스’에 등장하는 ‘양 사나이’가 외친 말이다. 반미감정으로 ‘007 어나더데이’가 흥행 참패하고 맥도날드 불매 운동까지 일어나고 있지만 극장가에는 영화 ‘시카고’에 출연한 르 네 젤위거와 캐서린 제타 존스의 화려한 가무를 보려는 사람이 줄을 잇는 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도 존 트라볼타의 ‘찌르는’ 디스코를 기억하는 이들로 붐빈다. 공통점은? 모두가 함께 느끼는 만국 공통어, 춤 이 테마다. 남들이 감동할 정도로, 스스로 눈물이 날 정도로 멋지게 춤을 춘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춤 하면 ‘서울_대전_대구_부산_찍고!’를 우선 떠올 리던 우리나라에 라틴댄스는 물론 다양한 미국형 복고 춤이 도입돼 여가문 화가 한층 즐겁고 풍성해졌다. 흥겨운 음악이 울리는 스윙바 ‘스윙’과 탭댄스 동호회 ‘탭조아’ 연습실을 찾아 춤의 세상을 엿봤다.스윙, 흥겨운 리듬과 스텝 “스텝! 스텝! 락스텝! 트리플 스텝! 트리플 스텝! 킥 볼 체인지….” 이라크 전쟁, 반전 시위, 경제위기 논란 등으로 세상사가 불안한 요즘이지 만 서울 신사동 신사파출소 뒤의 작은 골목에는 흥겨운 음악이 흘러 나온 다. 꽉 막힌 도로와 황사 바람이 시내를 뒤덮었지만 작은 계단을 따라 내 려간 ‘스윙’에는 바로 위 세상과는 완전히 다른 신세계가 펼쳐져 있다. 넓은 나무 마루에는 20여 쌍의 젊은 남녀가 손을 맞잡고 흥겹게 돌고, 뛰 고, 웃으며 스윙을 즐긴다. 복장과 동작은 저마다 틀리지만 생기 넘치는 표정과 몸을 흔드는 리듬은 그들의 공통 언어다. 스윙 재즈와 함께 1930년 대 미국에서 유행한 후 지금까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윙은 대 표적인 사교 댄스. 술 한잔 걸치고 남녀가 춤 한번 당긴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윙은 철저 하게 우정에 기초한 춤. 술 냄새가 나면 파트너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음주 스윙은 금지돼 있다. 응큼한 맘을 먹거나 ‘딴 생각’으로 몸 을 더듬는 사람도 퇴출 대상이다. 이곳의 주인은 서진기씨. 항공사 시스템 오퍼레이터로 3년간 일하던 서씨 는 2000년 당시 속했던 한 직장인 동호회에서 스윙을 우연히 접한 후 경쾌 한 음악과 부드러운 움직임에 빠져 일주일에 네다섯 번씩 스윙바를 찾으며 춤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앉으나 서나 스윙 생각’에 빠져 있던 서씨는 결국 2002년 4월, 회사를 그만 두고 사람이 거의 찾지않던 신사동의 스윙 바를 인수해 본격적인 ‘춤 사업’을 시작했다. 이 스윙바는 대부분 직장인으로 이뤄진 약 800명 회원을 자랑하는 스윙 동 호회 ‘더스윙(cafe.daum.net/theswing)’과 연계해 운영된다. 주말이면 100명이 넘는 스윙 마니아들이 모여 세상을 잊고 스윙 삼매경에 빠진다. “저도 3년 동안 직장생활을 해봤지만 단순하고 무료한 일상이 지긋지긋할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스윙 스텝을 밟아 보세요. 사람들과의 만남, 음악, 춤…. 한 번 빠지면 헤어나고 싶지않은 어려운 별천지를 만나실 수 있어요 .” 탭슈즈와 함께 스트레스 0, 탭댄스 평범한 듯 보이는 샐러리맨 김동교(29)씨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그의 발을 예의주시 해야 한다. 컴퓨터 좌판을 치거나, 담배를 피거나, 전화를 할 때 도 그의 발은 끊임 없이 움직인다. 김씨의 구두가 쉴 틈 없이 바닥을 ‘톡 톡’ 두들기는 이유는 그의 주말 퇴근길을 보면 안다. 그가 주말마다 찾는 곳은 광진구 구의동에 있는 탭댄스 동호회 ‘탭조아( liketap.pe.kr)’ 연습실이다. “춤 배우러 다닌다고 회사 동료들에게 공 표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틈만 나면 스텝을 연습하는 절 보고 이젠 ‘정체 ’를 알아버렸지요. 동료들은 이제 노래방에 가거나 장기자랑이 필요할 때 마다 저의 화려한 탭댄스 솜씨를 보여달라고 난리입니다.” 탭댄스는 공연을 위한 춤이지만 추는 사람의 자기 만족감이 먼저다. 탭조 아 운영자 정승일(31)씨는 “바닥을 때리는 구두굽의 경쾌한 울림에 스트 레스가 단숨에 날아간다”며 “즐겁게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모든 회원이 3~5㎏의 다이어트 효과까지 덤으로 얻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기수가족(정회원)’ 만도 100 명에 달하고 매달 약 70여명의 직장인과 학생이 탭댄스를 새로 배우기 위 해 몰려 온다. 두 달에 한 번씩은 연습실을 소극장처럼 꾸며 그 동안 연습 한 춤을 선보이는 작은 축제까지 갖는다. 1930년대 흑인의 ‘발구름’을 본 백인들이 춤의 장르로 발달시켰다고 전 해지는 탭댄스는 재즈에 맞춰 추는 것이 정석. 그러나 힙합 록 스윙 등 다 양한 음악 장르에 쉽게 안무할 수 있는 것이 탭댄스의 또 다른 장점이다. ‘탭조아’ 등의 탭댄스 동호회에서는 초보를 위한 강습을 병행한다. 한 주 두 번 강습에 한 달 강습비는 약 5만원 정도다. ● 스윙바 에티켓 - 춤 청해오면 사양 말아야
혼자 가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늘 반갑게 맞아주는 이들이 있는 곳. 술 없 이도 그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스윙바’다 . 현재 서울에서 가장 큰 스윙바는 강남구 신사동의 ‘스윙(02_542_2583)’ . 지하철 3호선 신사역과 가까워 찾기 쉬울 뿐 아니라 음향 시설이 좋아 스윙 마니아들의 아지트로 자리잡았다. 신림동에 위치한 ‘부기우기(02_8 72_6577)’ 도 스윙 전용바다. 입장료 7,000원만 내면 음료 한 잔과 함께 문 닫을 때까지 즐길 수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춤을 청해와도 특별한 사 정이 없는 한 거절하지 않는 것이 에티켓이다. 끊임없이 발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하이힐이나 딱딱한 구두는 불편하기 마련. 특별히 공연을 할 계획이 없다면 화려한 스윙 복장으로 차려 입을 필요는 없다. 즐기기 위해 추는 춤이므로 편한 운동화에 움직이기 쉬운 옷 으로 차려 입으면 흥겨운 ‘스윙 키즈’가 될 수 있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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