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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생각의 등급을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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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생각의 등급을 올리자

입력
200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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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바둑에 비유한다. 그 속에 삶과 죽음이 있고 기쁨과 슬픔이 있다는 것이다. 인생을 바둑에 비유하는 사람들조차도 바둑에 수준(혹은 등급)이 있듯이 인생에도 수준이 있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같은 바둑판과 바둑돌을 가지고서도 초보자의 바둑과 프로의 바둑이 다르듯,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함께 살아가는 삶이지만 초보자의 삶과 프로의 삶은 수준이 다르다.초보자와 프로의 삶의 차이 중 하나는 생각하는 수준의 차이다. 생각이란 살아가기 위한 일종의 도구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이며, 쉽게 구입하거나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가꾸고 길러야 하는 생명체와 같은 것이다. 생각은 성장·발달하는 것이며, 그 단계를 크게 다섯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단계는 무관심 혹은 무지(無知) 수준이다. 이라크 전쟁이든, 충남 보성초등학교 서승목 교장 자살 사건이든,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확산이든 그것이 무슨 일이든 무관심하거나 무지하게 살아가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단계는 흑백논리 수준이다. 모든 것에 대해서 알거나 모르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거나, 선한 것이 아니면 모두 악한 것이고, 아군이 아니면 무조건 적군으로 생각하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너와 내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라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화해와 협력이란 불가능하며, 서로 죽고 죽이며 살아가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단계는 수평적 상대주의 수준이다. 너도 옳고 나도 옳다고 주장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세상에는 나도 있고 너도 있고 그들도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더 중요하거나 더 옳은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수준이다. 너도 사람이고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서로 동일하고 또 동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수준이다. 이 상황은 다양성만 있지 위아래가 없고 위계질서가 없이 혼란스럽게 살아가는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네 번째 단계는 수직적 상대주의 수준이다. 세상은 수평적으로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수준의 차이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수준이다. 옳고 그름에도 정도의 차이가 있고, 사람의 생각에도 수준차가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고 같은 종류 안에서도 상이한 수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특정 분야나 영역에서 자신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하는 것을 포함한다.

마지막 다섯 번째 단계는 깨달음 수준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도통(道通)함의 경지라고 할 수 있는 것으로, 무지와 흑백논리와 상대주의를 극복한 수준이라 할 수 있다.

바둑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오랫동안의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듯이, 생각 혹은 삶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오랫동안의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서양장기 체스의 대가(大家)가 되기 위해서는 약 3만 시간의 교육과 훈련이 요구된다고 한다. 이것을 하루에 8시간씩 교육과 훈련을 받는 것으로 환산하면, 10년 이상을 하루도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는 하루에 한두 시간씩 노력해서는 일생동안 달성하기가 어려운 분량이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생각이나 삶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사회에 만연해 있는 노사간의 갈등, 교직사회의 분열, 세대간의 몰이해 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무관심, 흑백논리, 수평적 상대주의를 벗어나서 종적인 상대주의와 깨달음의 경지로 생각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생각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인내하면서 지속적으로 연구·노력해야 한다.

백 순 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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