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먼로 지음·이현정 옮김 해냄 발행·1만원마릴린 먼로(1926∼1962·사진)가 자서전을 남겼다는 것은 이상하게 들린다. 섹스 심벌이라는 금발 미녀, 수많은 남자들과의 염문, 약물과 우울증에 시달린 말년을 떠올리면 그의 이름은 글이라는 것과 멀찌감치 떨어지는 듯 싶다. '마릴린 먼로, My Story'는 그러나 그 여배우가 직접 쓴 자서전이다. 친구였던 사진작가 밀턴 H 그린이 갖고 있던 원고를 1974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이야기는 불행한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돼 1954년 조 디마지오와의 결혼에서 끝난다. 그는 이후에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디마지오와 이혼하고 아서 밀러와 다시 결혼했다 이혼했으며, '버스정류장' '뜨거운 것이 좋아' 등에 출연해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1962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을 때 서른 여섯 살이었다.
이 자서전에서 마릴린 먼로는 몽롱한 눈동자를 반쯤 뜨고 아무 것도 모르는 듯 웃는 금발 미녀가 아니다. 그는 울부짖고 신음하고 애원한다. 겨우 아홉 살에 세들어 살던 남자에게 성폭력당하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하자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린다. 아무도 돌보지 않았던 여자아이는 화장을 하고 화려한 옷을 입은 뒤부터 남자들의 시선과 싸워야 했다. 할리우드에서 연기력을 훈련받기를 열렬히 소망했음에도, 카메라는 화려한 금발과 섹시한 몸매에만 고정됐다. 인생은 종종 간절한 기원과는 다른 방식으로 풀리는 것이어서, 마릴린 먼로의 성적 매력은 그를 '섹스 심벌'로 부상시켰다.
그것이 그에게는 불행이었다. 남자들은 섹스에 별 관심이 없었던 그를 섹스의 대상으로만 삼았으며, 그의 섹시한 외모에만 열광했다. 진정한 사랑을 얻는다면 멍청이가 되는 것쯤은 아무 상관이 없었지만, 어느 곳에서도 사랑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그것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선 곳이 "키스 한 번에는 1,000달러를 지불하지만 영혼은 50센트인 곳"이라는 것을, 그는 할리우드에 들어온 순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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