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달 전에 이라크전쟁이 조기 종결되면 우리 경제의 5%대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이번에 전쟁 조기종결을 전제로 전망치를 4.1%로 내린 것은 앞뒤가 안 맞지 않습니까."(기자들)"이번엔 최악의 대외여건을 전제로 아주 보수적으로 봤습니다."(박 승 한국은행 총재)
"전쟁 조기종결이 최악의 전제조건은 아니지 않나요?"(기자들)
"아니, 최악이라는 게 가짓수로 가장 나쁘다는 뜻입니다. 전쟁, 북핵 문제, SK글로벌 사태, 사스 등 악재의 가짓수를 최대로 본거죠."(총재)
"그렇다면 4.1%보다 성장률이 더 낮아질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까."(기자들)
"전쟁이 장기화하면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죠. 그렇지만 이번 추계보다 실제 성장률은 훨씬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총재)
박 총재가 1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간 대화 내용이다. 이 답변만 들어보면 도대체 향후 경제전망이 어떻다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우선 전쟁 조기종결이라는 똑같은 상황을 전제로 경제전망을 한달만에 5%대에서 4.1%로 내린 것도 앞뒤가 맞지 않고, 악재의 가짓수를 가지고 대외여건의 악화 정도를 논한 것도 설득력이 없다. 또 박 총재 자신은 한은이 추계한 공식 전망보다 성장률이 더 높게 나올 것으로 보고 있으니, 국민들은 도무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릴 뿐이다.
한국은행은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전망기관이다. 경제 전망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지만, 뚜렷한 여건변화도 없는 가운데 불과 한달 사이에 상반된 전망을 내고,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면 아예 전망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남대희 경제부 기자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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