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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동방특급열차

입력
2003.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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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 지음 성종환 옮김·중심 발행·1만원2001년 7월 26일부터 8월 18일까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를 공식 방문했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그림자 수행'을 했던 러시아 인사가 있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바탕으로 양국의 비공식 대화 채널을 맡은 러시아연방 극동지구 전권대리인 콘스탄틴 풀리코프스키(55)였다.

'동방특급열차'는 그가 3주일 넘게 김 위원장의 곁에서 매일 3∼4시간씩 대화를 나누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한 책이다. 지난해 9월 모스크바에서 출판되기 전부터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이 책에는 언론이 온갖 억측을 섞어 보도했던 내용들의 뒷얘기와 김 위원장의 인간적 모습 등이 그대로 담겨있다.

먼저 주목받았던 경호 부분에 대해서 저자는 북한 경호원들의 민첩하고 과감한 움직임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푸틴 대통령이 보낸 특별 경호원 50명이 배치돼 철통 같은 경계를 펴고 있는 상황인데, 저자의 공보관이 김 위원장 쪽으로 조금 빠르게 움직이자 어느 새 북측 요원이 나타나 그의 팔을 사정없이 꺾어 제압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 위원장이 1999년 이후에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고 고위 장성들도 담배를 끊었다는 내용이나, 만찬석상에서 한 여기자가 러브샷을 요구하자 거침없이 팔을 낀 채 잔을 비우고 여기자의 볼에 러시아식 키스까지 연출했다는 이야기도 실었다.

당초 김 위원장은 이 책이 출간되기 전 미리 원고를 보여주겠다는 저자의 제의에 대해 "보고 느낀 대로 쓰라"며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저자는 출간 후 인용 근거자료 때문에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다른 러시아 외교부 관리가 김 위원장의 호화만찬에 대해 작성했던 메모까지 인용됨으로써 이 관리가 곤욕을 치렀고, 그 후에 저자가 평양에 나타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최진환기자 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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