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으로 이라크 전쟁이 종전으로 가고 있는 가운데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한국 특파원들에게 "이라크는 북한과 매우 다르다"고 거듭 말한 것은 시의 적절하다. 켈리에 앞서 폴 윌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같은 얘기를 했고, 조지 W 부시 대통령 자신도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북한 핵 문제 해법에 있어 한미 양국이 조율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저간의 우여곡절을 감안할 때 매우 값지다 하겠다.이라크 다음은 혹시 북한 아니냐는 호사가들의 추측이 불필요한 여러 얘기를 불러 들였으나, 책임 있는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이 가능성이 공식 부인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가 외교적·평화적 방법으로 해결되자면 북한측의 태도변화와 성의 있는 접근이 요구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미국의 태도가 상대적으로 누그러지고 있는 시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라크에서 보았듯이 철저한 힘의 우위에 입각한 부시 행정부의 대외 정책이 주는 냉엄한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할 것이다. 미국은 북한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여기에는 엄연한 전제조건이 있다.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거나, 최소한 이를 담보하는 언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딕 체니 부통령은 미국을 방문중인 박관용 국회의장에게 "북한이 핵 포기라는 언질을 주어야만 (북한과) 미국과의 대화가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 카드와 벼랑 끝 전술을 포기하고 진정한 대화에 나설 채비가 돼 있음을 밝혀야 한다. 다음달 15일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 전에 이를 알리면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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