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중부 나자프시의 시아파 성지인 이맘 알리 사원에서 10일 친미 시아파 고위 종교지도자 압둘 마지드 알 코에이(41·사진)가 시아파 성직자와 군중에 의해 피살됐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지원을 받아 지금까지 이 사원을 관리해 온 시아파 성직자 하이데르 켈리다르도 함께 피살됐다.이날 알 코에이와 켈리다르는 시아파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화해와 미국에 대한 협력을 촉구하기 위해 사원을 방문했다 변을 당했다. BBC 방송은 이들이 분노한 성직자와 군중에 의해 칼에 찔리고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알 코에이는 1992년 후세인 정권의 핍박으로 사망한 시아파 정신적 지도자 아야톨라 알 코에이의 아들. 91년 후세인 정권에 대항하는 시아파 봉기가 발생했을 때 영국으로 망명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교분을 가졌다. 그는 3일 미국과 영국의 지원으로 이라크로 귀국했으며 향후 미국의 이라크 전후통치에 중요한 우군으로 인식돼 왔다.
이들이 피살된 원인과 배경은 아직 분명치 않다. 시아파 내부의 세력다툼과 사원 경영권을 둘러싼 암투의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이맘 알리 사원은 이슬람교 창시자 모하메드의 조카로 시아파의 원조가 된 알리의 무덤이 있어 종파적 상징성과 이권이 큰 곳이다.
문제는 친미 시아파 지도자와 친 후세인 시아파 성직자가 동시에 시아파 군중에 의해 살해됐다는 점이다. 이것은 시아파 민중이 미국과 후세인을 모두 배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라크 인구의 60%를 차지하면서도 후세인이 소속된 소수 수니파에 의해 억압돼온 시아파가 친미 종교지도자까지 살해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뉴욕 타임스는 11일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이라크 전후체제 구축에 암운이 드리워졌다고 보도했다. 우선 미국은 알 코에이를 이용해 시아파를 미국의 협력세력으로 만들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더욱이 그의 피살에 따라 경쟁자인 바키르 알 하킴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된 것도 악재다. 알 하킴이 지도하는 이라크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SCIRI)는 이란 강경파의 지원을 받아 테헤란에 본부를 두고 있다. 그가 이라크 시아파의 종교적 영수가 될 경우 반미정서는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 NYT는 이 사건으로 인해 종족과 종교, 부족 등 수백개의 이해집단으로 분열된 이라크가 새로운 폭력에 휘말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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