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5월8~11일 펼쳐질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 공연을 앞두고 투란도트 이야기 책 두 권이 나란히 나왔다. 초등 저학년 어린이가 읽을 만한 ‘투란도트 공주’(이혜경 편역, 가교출판)와 청소년과 성인 독자들을 겨냥한 ‘투란도트’(김두흠 편역, 달궁)다. 투란도트는 구혼자들에게 풀기 힘든 수수께끼를 내서 못 맞히면 죽여버린다. 그러나 이 냉혹한 공주도 끝내 사랑의 힘에 굴복하고 만다.그런데 둘 다 편역으로 되어 있는 게 어째 좀 이상하다. 번역이 아니고 편역이라? 여러 텍스트에서 골라 옮기고 엮었다는 얘긴데 원본을 밝히지 않아 알 길이 없다. 당연히 신뢰도가 떨어진다. 초대형 야외 오페라에 쏠린관심에 편승하려고 한 냄새가 짙다.
해당 출판사에 물어봤다. 하나는 푸치니 오페라의 대본을 중심으로 하되오페라의 원작인 카를로 고치의 희곡을 다룬 국내 논문을 참조해 엮었다고한다. 또 하나는 국내에 이미 나와있는 투란도트 이야기 번역서와 인터넷에서 구한 자료를 참고로 다시 썼다고 한다.
기존 번역서라면 산하출판사에서 나온 어린이책 ‘칼라푸 왕자와 투란도트공주’(잉에 회프너 편) 뿐이다. 그러니까 둘 다 정확히 말해 번역이 아니다. 심하게 말하면 짜깁기에 가깝다.
투란도트 이야기는 본래 페르시아 민담이다. 민담은 한 개인의 창작물이아니라 집단적 구전의 산물이니, 정해진 원형이 없으며 따라서 누구든 마음대로 다시 쓸 수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남들이 이미 엮거나옮긴 것을 이리저리 다시 엮어 쓰면서 ‘편역’이라고 붙인 것은 정직하지못하다.
산하의 책이 ‘잉에 회프너 엮음’이라고 분명히 밝힘으로써 저본을 알려주고 있는 것과 달리 이번에 나온 두 권의 책은 정체불명이다. 엮는 것도번역하는 것도 모두 책임 있게 이뤄져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노력이느껴지지 않는다.
차라리 책보다 오페라 대본을 구해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오페라 음반에들어있는 해설지에 대본이 실려있다. 이탈리아어를 모르면 영어로 읽으면되고, 그것도 힘들면 공연 팸플릿의 한글 대본을 보면 된다. 푸치니의 투란도트 팬이라면 그게 더 나을 듯 싶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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