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학교 교장 자살사건은 그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가한 전교조에 대한 비판여론에 힘입어 우익단체들과 전교조의 충돌양상으로 발전했다. 교장회 같은 관리직 교원단체와 학부모들은 물론이고, 교육과 무관한 우익단체들까지 전교조를 규탄하고 나서 이념투쟁으로 변질된 형국이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이 된 기간제 교사 제도의 문제점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 차(茶) 시중을 거부하며 사표를 던졌던 여교사는 기간제 교사라는 신분상의 약점 때문에 전교조의 힘을 빌려 문제를 일으켰다.■ 기간제 교사란 부족한 교원을 일시적으로 충원하는 임시교사다. 국민의 정부 출범 때 단행된 교원정년 단축과 명예퇴직제도 시행으로 수만명의 교사가 한꺼번에 교단을 떠났다. 그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채택한 궁여지책이 주로 중등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1년 또는 6개월 계약으로 채용하는 기간제 교사제도였다. 교육대학 출신자는 모자라고 중·고교 교사 자격증 소지자는 넘쳐나 임시직이라도 경쟁이 치열하다. 명예퇴직 교사를 다시 채용하는 학교가 많아 비판도 따랐다.
■ 기간제 교사는 학교장이 교사와 직접 계약을 맺도록 돼 있다. 취직을 원하는 쪽이 약자이기 마련이어서, 불리한 조항이 있어도 넘어갈 수밖에 없다. '접대 및 접대기구 관리' 조항이 그것이다. 젊은 기간제 여교사들은 이 조항 때문에 차 시중을 수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월 150만원 정도의 급여도 방학 중에는 중단되고, 연월차 휴가도 쓸 수 없다. 퇴직금도 없으며, 경력이 호봉으로 산정되지 않아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 정규 교사들이 기피하는 잡무가 그들 몫임은 말할 것도 없다.
■ 이런 부조리에 대한 고발이 폭주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달 평등권에 위배된다는 결정을 내리고, 차별대우를 중지하도록 해당 교육청에 통보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기간제 교사는 갈수록 늘어 2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학급인원 감축, 제7차 교육과정 시행 등으로 교원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거기에 인건비를 줄이려는 사립학교들이 제도를 악용해 30∼40%가 기간제 교사로 채워진 학교도 많다. 전체 교사의 6%가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린 이 부조리에 언제까지 눈 감을 것인가.
/문창재 논설위원실장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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