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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성범죄자 얼굴 공개하자

입력
2003.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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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네번째로 명단을 공개한 청소년 성범죄자 643명에는 2차와 3차때 각각 공개됐던 4명이 다시 들어가 있다. 재판과 명단 공개에 의해 '이중처벌'을 받고도 또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다. 명단이 다시 공개된 경우는 이들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름이 알려져 '인격살인'을 당하고도 재범을 한 사람들이 있으니 643명 중에 교사 목사 회사대표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18명 끼어 있는 것은 이야기거리도 되지 않을 것이다.청소년보호위가 "5차 공개때부터는 재범의 위험성 정도를 기준으로 고위험군에 대해 공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이유는 재범자들이 상존하며, 현행 공개방식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름과 생년월일, 시·군·구 단위의 주거지등 5개 항의 공개로는 미흡하므로 죄질이 나쁜 경우 얼굴까지 공개함으로써 실질적인 청소년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청보위는 저위험군에 대해서는 공개보다 교육을 실시해 인권침해나 이중처벌이라는 논란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2001년 8월 명단이 처음 공개된 이후, 계속돼온 논란의 초점은 명단 공개가 이중처벌이 아니냐는 것이다. 반대자들은 이 제도가 이중처벌을 금지한 법체계의 기본을 흔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부수적인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아 공개효과가 별로 없고 가중처벌이 목적처럼 돼버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범죄자의 가족과 친지들이 당하는 피해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 판에 얼굴도 공개한다니 논란이 커질 것은 당연하다. 성범죄자를 얼굴까지 공개하는 것은 현행법 상 근거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죄질이 나쁜 범죄자에 대해서는 다른 제도의 보완조치를 거쳐 얼굴까지 공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와 아동포르노등 청소년을 이용한 음란물 제작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성매수의 56.1%가 인터넷 채팅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이번 통계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인터넷을 통한 성범죄 확산도 심각하다. 지난해 9월 3차 공개때의 42.7%보다 훨씬 높아졌다. 지금과 같은 식의 명단 공개로는 예방과 징벌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3차 공개 직후, 모든 신상정보를 공개하라는 서명요구가 청보위에 제출되기도 했다.

이중처벌 문제에 대해서는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해 7월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한 상태여서 이 달 말께 내려질 헌재의 판단이 주목된다. 청보위는 위헌심판 제청사실을 알면서도 지난 해 9월 3차 공개를 강행했고, 헌재의 결정을 앞두고는 공개 강화방침을 밝혔다. 헌재의 결정이 이루어지기까지는 공개 자체를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한데도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합헌 결정을 유도하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 초 미국 연방대법원이 코네티컷주와 알래스카주의 성범죄자 등록·신상공개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것도 청보위에는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청보위가 지금까지 관계기관이 통보한 명단을 심의해 절반 정도만 공개하던 것을 앞으로는 모두 공개키로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 근절에 국가가 나서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다. 지난해 발효된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아동 매매, 아동 성매매 및 아동포르노에 관한 선택의정서'도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권고하고 있다. 헌재가 만약 위헌이라고 결정한다면 명단공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합헌으로 결정하면 관계 법령을 고쳐 얼굴 공개의 근거를 마련하고 성범죄자 취업제한, 보안·감찰제 도입을 비롯한 제도 보완에 나서야 한다. 피해자들을 위한 사후 치료·재활프로그램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청소년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적용도 폐지해야 할 것이다. 성폭력법에서의 친고죄 폐지는 이미 전 정부에서 검토했었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참여정부 출범을 앞두고 건의한 바 있다.

임 철 순 논설위원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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