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장기불황의 늪에 빠진 증권사들이 비용을 '줄이고', 인력은 '자르며', 자산도 '내다파는' 초긴축 경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시 관계자들은 10일 "일부 군소 증권사의 경우 올 여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며 "증시 불황이 증권업계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비용 줄이기
업계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43개 증권사들의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불과 428억원을 늘린 4조4,842억원 규모. 물가상승률을 3%로만 잡아도 실질적으로는 감소한 셈이다. 광고비는 지난해보다 무려 238억원을 줄였다.
예산 동결에 따라 지점과 영업소도 줄이는 추세이다. 지난해를 통틀어 29개의 지점·영업소를 줄인 증권사들은 올해에도 지난 2월말까지 이미 10개를 폐쇄했고, 연말까지 총 12개 증권사가 지점과 영업소 30개를 추가로 폐쇄할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리포트 역시 긴축경영의 직격탄을 맞은 부문. 경영난과는 관계없이 삼성증권이 앞서 오프라인 리포트를 완전히 폐지하고 온라인 리포트로 대체하자, SK증권 등 여타 증권사도 비용절감 효과 등을 감안해 다음달부터 오프라인 리포트지를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일부 소형 증권사는 자체 시장 분석팀을 사실상 해체하고 대형 증권사의 분석자료를 인용해 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력 자르기
인력 구조조정은 긴축경영의 파장이 가장 민감하게 미치는 부문. 지난해를 통틀어 각 증권사에서 정리된 인원은 모두 194명에 불과했으나, 올 들어서는 2월말까지 2개월간 임직원 344명이 직장을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의 인력감축은 대부분 계약직원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나 올 들어서는 전담투자상담사 116명, 일반직원 112명, 애널리스트 15명 등 정규직으로 대폭 확대되는 양상이다.
한편 전반적인 인력감축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일부 증권사는 향후 구조조정 이후를 대비해 특정 전문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스카우트에 나서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파생상품 펀드매니저나 점포기획 등 전문분야의 임원·팀장급을 대상으로 스카우트전이 치열하다"며 "주로 향후 랩어카운트 영업 등을 대비한 대형증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 내다팔기
최근 본사 사옥을 1,300억원대에 매각키로 한 한화증권의 경우처럼 증권사 보유자산은 재무구조 개선 및 인수합병(M&A) 등의 중요한 자금원. 이에 따라 올해 9개 증권사의 전체 부동산 매각 계획은 지난해 증권사 부동산 매각 총액인 1,154억원의 배가 넘는 2,663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됐다.
굿모닝신한증권 서광민 실장은 "전체 주식거래에서 사이버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하면서 증권사 수수료 수입이 과거의 20%로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비용과 인력, 자산을 줄이는 긴축 경영에도 불구하고 수익구조를 전환하기 어려운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올해 안에 자연도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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