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함락과 함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붕괴됨에 따라 전후 이라크 통치를 담당할 미국 주도 과도 행정기구의 가동 준비에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은 9일 이라크 과도정부(IIA) 수립을 위해 이라크 망명·지역 지도자 회의를 조만간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라크국민회의(INC) 지도자 아흐마드 찰라비(사진)의 역할을 둘러싼 미국 정부 내 갈등 때문에 개최시기 장소 참석자 등을 정하지 못하는 등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딕 체니 미 부통령은 이날 뉴올리언즈에서 미 신문편집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을 통해 "12일 이라크 전역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남부 나시리야의 외곽 탈릴리에서 과도정부의 장래에 관해 논의할 회의를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체니 부통령은 나중에 회의가 12일 이후에 열릴 것이라고 정정했으며 백악관과 국무부도 치안 불안으로 회의 날짜와 장소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혼란은 미국 행정부가 과도정부의 구성을 놓고 심각하게 분열돼 있다는 추측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체니 부통령과 국방부 강경파는 찰라비의 새로운 근거지인 나시리야에서 되도록 조기에 회의를 개최하려 하는 반면 국무부와 중앙정보국(CIA)은 나시리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간적 여유를 갖고 회의를 가지려고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릴리는 이에 대한 조정안으로 제시된 것이라는 관측이다.
체니 부통령의 발언 직후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회의 장소로 나시리야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이 회의가 찰라비의 대관식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지금 상황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전후 이라크 통치 및 복구 과정에서 유엔의 역할을 둘러싸고 미국과 영국간 이견, 반전국가였던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의 반발도 원활한 전후 통치기구 가동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9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유엔 역할을 중시키로 한 미영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한 것도 이를 의식해서다. 이 자리에서 영·불 정상은 이라크에서 되도록 일찍 이크라인에 의한 통치가 필요하다는 데 일치했다고 영국측이 밝혔다.
/이은호기자 leeeun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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