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의 한국화로 한 시절을 풍미했던 고(故) 황창배(1947∼2001) 화백의 회고전이 9일 개막해 5월 4일까지 동덕아트갤러리에서 열린다.한자로 '곡고댁(哭高宅)'이라 분홍색 글씨를 삐뚤삐뚤 써놓고 그린 닭 그림, 노란 원피스를 입고 춤추는 여자의 모습을 그린 '디스코', 파란 물감으로 얼굴을 그리고 입에는 담배를 문 채 양 손으로 세 자루의 붓을 휘두르는 자화상….
전시장에 걸린 황 화백의 작품들은 왜 그가 '무법(無法)'의 한국화가로 불렸는지 알게 해 준다.
그는 엄숙하고 틀에 박힌 현대 한국화의 회화적 규범을 혁파하려 한 최초의 인물로 꼽힌다.
서울대 회화과를 나와 월전 장우성 화백에게서 문인화 정신을 배우고 철농 이기우 선생에게서 서예와 전각을 익혀 1977,8년 국전에서 잇달아 문공부장관상과 대통령상을 받고 화려하게 등단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표현대로 "자동차가 언덕에서 굴러가듯" 전통에 안주하지 않고 무법과 자유라는 화두를 추구했다. 동, 서양화라는 구분을 깬 파격적인 재료와 기법을 사용한 그의 그림은 오히려 대중으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았고 화단에서는 '황창배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겼다.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떴지만 그의 정신은 아직도 우리 화단과 후학들의 과제가 된다.
2주기를 맞아 열리는 회고전에는 그가 1980년대초부터 사망 직전까지 제작한 회화, 서예 등 55점이 전시된다. (02)732―6458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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