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아, 엄마가 미안하다. 34년 만에야 널 찾았구나."10일 낮 12시 경기 광주군 삼육재활관 사회사업팀 사무실. 떨리는 가슴을 누르고 사무실로 들어선 박춘자(60·여·사진 오른쪽)씨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아들 박태선(37·본명 최윤영)씨를 보는 순간 기어코 울음을 터뜨렸다. 꼭 34년 만에 처음보는 아들이지만 오른쪽 종아리의 흉터와 엄마를 쏙 빼닮은 눈매는 어릴 적 모습 그대로였다.
"너를 못 찾고 죽는 줄 알았더니, 이제야 와서 미안하구나…." 어머니 박씨는 이미 장성한 아들을 붙잡고 하염없이 잃어버린 세월에 대한 용서를 빌었다. 어릴 적 잃어버린 오빠가 있다는 얘기만 들었던 여동생 은기(31)씨도 이날 처음 만난 오빠를 껴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박씨가 태선씨와 헤어진 것은 1969년 가을. 와병중인 박씨가 홍역주사 부작용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태선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을 딱하게 여긴 한 수녀가 치료를 받게하기 위해 태선씨를 시립아동병원에 맡기게 된 것. 그러나 1년 후 형편이 나아져 찾으러 갔을 때는 태선씨의 행방이 묘연해진 후였다. 그 사이 최윤영이란 본명 대신 박태선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다른 곳으로 옮겨졌기 때문.
한 많았던 생별의 두 모자가 다시 상봉하게 된 것은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와 보건복지부가 시행중인 'DNA를 통한 가족찾기' 사업 덕분이었다. 2000년 11월께 DNA확인을 통해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준다는 소식을 들은 박씨가 남편 최병호(67)씨의 유전자 샘플을 재단측에 제출했고 '이심전심'인 듯 태선씨도 부모를 찾기위해 자신의 머리카락을 센터에 보내온 것. 이날 상봉을 주선한 한국복지재단 어린이찾아주기종합센터 박은숙 팀장은 "유전자정보를 얻을 수 있는 머리카락 몇 가닥만 제출하면 관련 정보를 축적해 헤어진 가족들을 찾을 수 있다"며 "태선씨처럼 많은 분들이 DNA확인을 통해 가족들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사진=최종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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