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9일 바그다드에서 날아온 승전보로 들뜬 하루를 보냈다.조지 W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부 장관 등 전쟁 지도부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정권의 붕괴를 선언하며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행여 자만할까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경계의 말을 빠뜨리지 않았으나 그들의 얼굴에는 예상보다 수월하게 바그다드를 함락한 데 대한 자부심이 묻어났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후세인 동상이 철거되는 장면 등을 지켜보면서 "이라크 국민들이 후세인을 끌어 내렸다"고 말했다고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이 부시가 이날 오전 루돌프 슈스터 슬로바키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문에 동상 철거 생중계를 놓쳤으나 회담 후 시민들이 동상을 끌고 다니는 장면 등을 시청하며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이라크 국민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지난 3주 동안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체니 부통령도 공개석상에서 "연합군의 이라크 공격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전쟁 중 하나"라며 완벽한 작전 성공을 치켜세웠다.
오후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리처드 마이어스 합참의장과 나란히 한 럼스펠드 장관은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 운을 뗀 뒤 후세인을 히틀러, 스탈린, 레닌, 차우세스쿠 등 독재자에 비유하며 "후세인은 잔인한 독재자들이 자리한 실패의 신전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다.
경계의 소리도 이어졌다. 럼스펠드 장관은 "아직도 위험한 전투가 남아 있다"고 되풀이 강조했고, 플라이셔 대변인은 "너무 멀리 뛰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일러 두고 싶다. 우리는 아직도 총탄이 쏟아지는 전쟁의 와중에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함께 전쟁의 선봉에 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바그다드 함락을 기쁘게 생각한다. 그러나 아직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라고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CNN, 폭스 뉴스 등 케이블 방송은 하루 종일 동상 철거 장면과 함께 바그다드 시민들이 성조기를 들고 "부시"를 연호하는 장면을 반복해 내보내며 승전 분위기를 돋웠다. 이날 방송에서는 미군 작전에 대한 그 동안의 비판을 따져보는 토론 프로그램이 주류를 이뤄 1주 전 비난 일색의 분석과는 대조를 이뤘다.
대부분의 미국민들도 잠시 일손을 놓고 TV를 보면서 전쟁이 속전속결로 마무리되고 있는 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