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연합군에 의해 바그다드가 함락되었다. 시내 중심가 광장의 사담 후세인 동상이 밧줄에 끌어내려졌고, 바그다드 시민은 동상을 향해 돌을 던지며 환호했다. 후세인의 24년 독재체제가 붕괴되는 순간이었다.지금 바그다드 함락을 보는 세계인들의 심정은 흥분과 환희에서 허탈과 분노에 까지 혼재돼 있을 것이다. 유엔의 승인을 받지 못한 미국의 일방적 침공의 불법·부당성은 또 다른 국제적 마찰과 중동분쟁의 씨앗으로 남게 되었다. 한편 권력욕으로 국민을 무참하게 학살하고 주변국을 침범하며 국제사회에 위협이 되어왔던 사담 후세인의 종말을 애석해 할 이유는 없다.
우리는 한 나라가 쑥대밭으로 변하고 무고한 사람들이 사지가 갈가리 찢기며 죽어가는 전쟁의 비정한 모습을 목격했다. 불행한 이라크인에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그것은 이 전쟁의 대가로 그들에게 민주적 정부가 보장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다. 이라크인의 해방을 외치며 전쟁을 주도한 부시 대통령과 블레어 총리는 그 땅에서 전승국의 환희를 즐기려 해서는 안될 것이다. 후세인체제가 사라졌지만 이라크의 앞날은 어둡다. 전쟁의 충격과 후유증, 쿠르드족 문제, 산업과 도시시설의 파괴에 의한 경제적 피폐가 다대하다. 질서유지를 위한 연합군의 역할은 불가피하지만, 미국의 일방적 전후처리는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 재건의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유엔의 역할은 중요하다.
우리는 심각한 논쟁을 거쳐 파병을 결정했다. 형식상 미국을 지원하는 참전이지만, 결과는 이라크의 재건을 지원하는 일이 되었다. 역사상 우리가 국제문제에 이렇게 관심을 쏟아본 적이 없다. 우리는 파병에 앞서 두 가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이라크 국민을 위해 어떤 기여를 해야 하며, 둘째 전후 재편될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의 좌표를 읽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