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준비는 꼼꼼히봄바람이 났나. 며칠 전 바람이 그리워 내친김에 자전거 동호회를 찾았다. 무슨 무슨 자전거 동호회 등 간판을 단 꾀죄죄한 컨테이너 박스 3개 달랑 있는 송파구 방이동 성내천 다리 밑이 국내 자전거의 메카란다.
외계인 헬멧과 빨간색 노란색 알록달록 상의 유니폼에 짝 달라붙는 검정 쫄쫄이를 입은 동호회 회원 10여명이 나타났다. 가까이서 보니 더 우습다. "몸매 자랑하려고 그러는 게 아냐. 자전거 체인에 옷이 끼면 사고야. 자네도 어서 바짓가랑이 양말 안에 구겨넣어." 자전거 타는데 왜 이리 복잡해. 투덜투덜 페달 위에 발을 올리는 찰나 또다시 저지당한다. 멀쩡한 자전거를 '닦고 조이고 칠하는' 회원들 곁으로 끌려간다. "타이어 공기압이 너무 낮으면 도중에 펑크나, 탔을 때 지면과 5∼10㎝가 적당해." "브레이크에 기름칠하면 안돼. 안장 핸들도 고정하고, 볼트랑 너트도 잘 조여야지…." 쉴새 없이 쏟아지는 지부장의 잔소리에 머리가 아뜩하다.
■ 메모 초보자는 넘어져 머리 깨지는 수가 있으니 '반드시' 헬멧 착용(4만원), 엉덩이 보호를 위해 쿠션 패드가 접착된 상하의(10만원), 바닥이 미끄럽지 않고 끈이 없는 신발, 물통, 선글라스, 가방 등 준비. 타기 전 브레이크 제동, 핸들 및 안장 고정, 체인과 조임 장치 점검.
봄 바람 안고 자전거 백리길 씽씽
드디어 출발. 자전거 도로가 표시된 지도를 물끄러미 보다 긴급 제안. "이왕 나선 김에 암사동―행주대교(38.3㎞) 구간을 완주합시다." 한 아주머니가 못 믿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날 뭘로 보고….' 오기가 생겨 왼쪽 페달을 밟고 안장 위로 훌쩍 뛰어오른다. 양쪽에 변속기 손잡이가 달린 빨간색 MTB(Mountain Bike·산악 자전거)가 낯설기만 하다.
샛노란 개나리가 활짝 핀 성내천 진입로를 빠져 나와 한강 남단 자전거 도로에 들어선 자전거 대열은 우선 동쪽 끝 암사동으로 향했다. 거리는 7㎞ 남짓. 속력을 내자 푸른 강바람이 볼을 감싸 안는다.
평지인 데다 거리가 짧고 경치도 좋아 초보자 코스인 성내천―암사동 구간은 한강 경치를 가장 가까이서 감상할 수 있다. 같은 한강이라도 이곳은 물밑이 훤히 보일 정도. 암사동 선사유적지에 닿아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넓게 퍼진 풀밭에 앉아 쑥, 냉이 등 봄 나물을 캘 수도 있다. 자전거 길을 따라 이어진 갈대밭과 꽃밭은 고향 길을 연상시킨다. 코스 중간의 광나루지구엔 축구장과 놀이터가 마련돼 있다.
30분쯤 달렸을까. 안장 위에 얹은 엉덩이에 불이 난다. 입술은 가뭄 논바닥마냥 쩍쩍 마르고 입안에선 단내가 난다. 페달을 밟는 다리는 힘이 풀려 제멋대로다. "초보자는 의욕이 앞서 주행 거리를 길게 잡는데 왕복 20∼30㎞가 무방합니다." 자꾸 뒤쳐지자 어김없이 한 소리 듣는다. 가까스로 종점에 닿았다. 오늘 주행은 여기까지.
■ 메모 목적지와 코스는 자신의 체력에 맞게 선택한다. 앞 자전거와는 비스듬히 떨어져 주행한다. 멈출 때는 뒷브레이크(왼쪽)로 속력을 줄이고 앞브레이크(오른쪽)로 멈춘다.
한강코스 타는 재미에 보는 재미도 쏠쏠
이제 본 코스. 한강 남단을 가르는 자전거 길은 광나루 잠실 잠원 반포 여의도 양화 강서 등 모두 7개 지구로 나뉘어져 있다. 초보자라면 한나절 페달을 밟을 각오를 해야 한다. 잠실 종합운동장이 시야에 들어오는 잠실 지구엔 유람선 선착장과 자연학습장이 있다. 지천 위에 놓인 자전거 다리를 지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400여종의 야생풀꽃 약용 식물 등이 심어진 잠원 지구는 흙을 밀고 돋아나는 푸른 새싹의 키재기가 한창이다.
1시간 넘게 달려온 자전거가 잠시 멈춘 곳은 암사동 종점에서 22.6㎞ 지점인 반포지구. 풀밭에 '대(大)' 자로 누우면 강둑에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와 개나리가 눈을 덮는다. 주변 낚시터엔 자전거를 세우고 낚시를 드리운 강태공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반포에서 여의도로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급한 곳이 많다. 능숙한 기어 조작이 필수. '오르막길은 낮은 기어, 내리막길은 높은 기어'를 중얼거리며 낑낑댔지만 결국 콰당! 가까스로 자전거를 끌고 오르내리며 난코스를 통과했다. 양화 지구는 선유도 공원과 장미꽃단지, 강서 지구는 습지생태공원이 바이크(Bike)족을 유혹한다.
■ 메모 다음 도전 코스-난지 망원 이촌 뚝섬 지구 등 한강 북단(27.1㎞), 탄천·양재천(18.7㎞), 안양천(21.3㎞), 중랑천(36.4㎞).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서울근교 유명 자전거코스
한강 자전거길이 슬슬 지겨워지고 실력이 늘면 도심 밖으로 핸들을 꺾자.
자전거 전용도로는 아니지만 서울 근교에는 상쾌한 봄 정취에 취할 수 있는 하이킹 코스가 많다.
망우리에서 춘천을 잇는 경춘가도는 그 중 으뜸이다. 주말엔 교통량이 늘기 때문에 순환코스를 타는 게 바람직하다. 초보자는 망우리_금곡_마석_양수리_망우리(35㎞), 자전거 하이킹에 자신이 있다면 망우리_팔당_양수리_새터_대성리(왕복 80㎞)를 도전해봐도 좋다. 페달을 밟으면 도로를 끼고도는 북한강과 봄 뫼의 푸른 숨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띄엄띄엄 시야에 들어오는 분위기 좋은 강변 카페에 앉아 잠시 쉴 수도 있다.
의정부_포천_산정호수(왕복 80㎞)도 절경을 뽐낸다. 거울 같은 산정호수의수면 위에 살포시 앉은 산 그림자와 노랑 빨강 꽃 길은 절로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한다.
경기 강촌역_구곡폭포 입구(왕복 6㎞), 강촌역_능선폭포(왕복 8㎞)는 빼어난 산세와 함께 대학생과 직장인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잘 알려진 곳이다. 자전거 대여점은 강촌역 부근에 있다. 시원한 광릉 숲 그늘이 있는 창동_도봉산_축석고개_광릉(35㎞)과 꽃 길이 볼만한 태릉_도봉동_의정부_동두천_소요산(40㎞)도 데이트 하이킹 코스로 제격이다.
좀 더 멀리 내달려 하이킹 실력을 뽐내고 싶다면 불광동_벽제_문산_임진각(왕복 86㎞)과 천호동_남한산성_천진암(왕복 86㎞)을 추천한다. 자전거를잘 타는 사람도 4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임진각 구간은 비탈길이 없어 그나마 수월하지만 천진암 구간은 경사가 급한난코스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밖에 저수지 둘레를 자전거 길로 조성한 분당율동공원은 13㎙ 높이의 인공암벽과 45㎙의 번지점프대가 있어 짜릿한 재미를 더한다. 일산호수공원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자전거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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