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의 국방장관이 작년 12월 제34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합의한 대로 양국 동맹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1차 협의회가 8∼9일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앞으로 주한미군의 역할 및 병력구조, 한미 연합방위체계의 발전방향 등에 관해 지속적인 협의가 이루어질 것이다.북한의 위협이 소멸된 이후에도 중· 일간 패권경쟁과 같은 또 다른 형태의 안보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미국이라는 강력한 '균형자'(balancer)와의 동맹이 여전히 필요하다.
이러한 대전제 하에 양국이 생산적인 협의를 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미동맹의 비전을 공유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비전은 '포괄적 지역동맹'의 구축이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가치를 공유하는 가운데 한반도 차원의 위협에 대응하기보다는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주도해 나가는 동맹, 그리고 보다 유연하게 독자성이 제고된 가운데 수직적 관계보다는 수평적 관계를 실현하는 동맹, 더 나아가 상호운용성이 지금보다 더 확대된 동맹관계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비전을 공유한다고 해서 비전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각론 부분에서 변화의 폭과 속도 등에 관해 양측의 입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1차 회의에서 양국은 한반도 안보에 있어서 "한국의 역할을 증대시킨다"는 쪽으로 미래 한미동맹의 기본 방향을 잡았다. 이는 향후 주한미군이 재배치되거나 축소될 경우 그 공백을 한국이 메운다는 양적 의미와,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점차 한국주도의 전략적 협력체제로 전환한다는 질적 의미를 동시에 가진다.
중장기적 차원에서 볼 때 두 가지 모두 이론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나 북한 핵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기적으로 주한미군의 재배치 혹은 축소가 이루어질 경우 단순히 양적인 축소라는 의미를 넘어 논란이 야기될 소지가 있다.
특히 주한미군 제2사단의 한강이남 재배치 혹은 철수가 단행될 경우 미국이 '인계철선'(trip wire) 개념을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져 한미동맹의 약화로 해석될 여지가 크며, 북한에게 그릇된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다.
특히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한국주도의 전략적 협력체제로 전환하는 문제는 전시작전권 환수문제와 연관되어 있다. 전시작전권이 없는 한국을 '군사주권'이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미국만을 상대하려고 하는 북한을 볼 때 우리는 하루빨리 전시작전권을 환수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는 북한 핵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계철선 유지와 전시작전권 환수 중 어디에 더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가 이다.
결국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을 위한 효과적인 협의를 위해서는 첫째,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미공조를 철저히 해야 한다. 미국은 주한미군 재배치가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한국정부의 입장이 '진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한미공조의 내용에 둘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한미연합방위체제의 발전은 '한국에 의한 한국방어를 통한 연합방위체제의 전략적 변형'에 목표를 두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는 한미 양국간에 단계적 일정을 마련하여 전쟁기획능력, 지휘통제체제, 정보수집 및 분석능력, 전장 감시기능 및 조기경보능력 등에 관해 한국의 제반 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포괄적 지역동맹'이란 비전을 설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내 외교· 통상· 군사 관련 부처간의 포괄적인 의견조정과 통합된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우리측의 상상력과 지혜를 함께 모아서 '거인' 미국과 협의해 나가야 한다는 얘기다.
김 성 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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