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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종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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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종군기자

입력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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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극단적 상황 중 하나는 죽느냐, 사느냐일 것이다. 전투현장에서 병사들은 죽지않기 위해 상대병사에게 총을 쏜다. 해방전쟁이든 침략전쟁이든 이라크전도 전투상황에서는 매 일반이다. 세계 각지의 기자들이 묵고 있는 바그다드의 팔레스타인 호텔에 미군 탱크가 조준포격을 가해 2명의 기자가 사망했다. 미군쪽 얘기로는 그 호텔 15층으로부터 이라크군의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응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응전은 권리이자 의무라고 미군은 설명했다.■ 미군의 이 설명은 군인들이 적과 전투를 벌이는 위험한 지역에 기자들이 들어가 당했으면 그것이 잘못이라는 투다. 보도는 항상 진실과의 싸움이지만 전쟁보도에서 이 싸움은 극대화한다. 전장은 군이 통제하고, 자유취재를 위한 현장접근은 목숨을 담보로 해야하기 때문이다. 진실접근이 안 될 때 기자들이 겪는 좌절감은 남다르다. 그럴 때 좌절하게 되도록 훈련을 받는 게 직업기자들이다. 며칠 전에는 바그다드 외곽 미군 작전센터에 배속된 독일과 스페인의 종군기자 2명이 이라크의 로켓포 공격에 희생되더니 이번엔 미군 포격에 또 당했다. 취재의 불문율인 현장을 지키려다 생긴 비극들이다.

■ 군에 배속돼 군과 함께 움직이는 종군기자들은 그나마 낫다. 적어도 자신의 목숨을 배속된 군의 응전능력과 그 우산 속에서 보호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군의 진지가 파괴되고 사살의 전과가 클 때 자기도 모르게 함성을 지를 뻔했다는 한 종군기자의 고백도 읽은 적이 있다. 군인과 기자가 함께 사선을 넘나드는 생활이 이어지면서 동료의식이 생기고, 감정이입이 되기가 십상이다. 옆의 장교나 병사는 사살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라 적을 조준사격하는 군인이 아니라 구체적 개인 '로버트'이고 '제임스'다. 집에는 아들과 딸이 있고, 민간인 기자를 걱정해 주고, 휴식시간에는 농담도 나누는 친구들이다. 그래도 기자는 좌절 속에 놓여 있다. 배속취재 자체가 하나의 검열의 틀이기 때문이다.

■ 세계 각국의 이라크전 종군기자 중 이렇게 미군에 배속된 경우는 470여명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단신으로 쿠웨이트와 바그다드를 누비는 독립기자들은 1,67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에게는 보호막도 없고 전황브리핑도 없다. 이라크 국경을 넘어 현장을 보기 위해서는 비자나 초청도 없이 불법 취재도 불사해야 하는 '프로'들이다. 그러나 가끔은 배속기자들보다 더 생생한, 통제없는 현장을 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배속기자들과 경쟁을 벌이는 셈이 된다. 어느 경우든 전쟁에 나선 기자들의 스트레스는 극심하다. 진실과 현장을 쫓는 한 그 스트레스는 피할 수가 없다.

/조재용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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