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유연한 사고력은 미래사회의 경쟁력이다. 발달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정신 활동은 아동기에 놀이를 통해 개발된다고 한다. 아동의 놀이에는 상상력이 동원되고, 아동에게 노는 장소는 무엇으로도 변할 수 있는 요술의 세계이다.얼마 전 외국에서 살다가 귀국한 후배는 아이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양육되는 것에 회의를 느껴 전원주택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이 후배는 어쩔 수 없이 가까운 신도시로 이사할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한다. 도시의 아이들이 유아원에 가고 학원가는 시간에 자신의 딸은 자유롭게 꽃과 곤충과 흙과 함께 종일 밖에서 놀며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지만, 취학 때가 가까워오니 교육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이웃 가족들이 자녀가 고학년이 되면서 도시 아파트 단지로 속속 떠나 함께 놀 친구들이 없다는 것이다.
계획된 도시는 아이들 교육에 편리하고 효율적이다. 그러나 그 속의 아이들은 부모가 짜놓은 계획 속에서 놀이시간은 침식당하고 학습시간만을 가진다. 또래 친구들과 놀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놀이는 스스로 선택하기보다는 어른들의 계획대로 강요된다. 초등학교 방과 시간에 학교 주변은 아이들을 학원으로 데려가는 미니버스로 꽉 찬다. 아동들이 등하교 시간에 천천히 걸으며, 바람을 느끼고, 길가에 핀 꽃을 보고, 만져보고, 향기를 맡으며, 친구와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를 나눌 감성공간도 시간도 없다. 같은 시간에 같은 학습을 하고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의 미래는 개성도 다양성도 없다. 호기심을 키우며 놀이를 통해서 얻는 창의성 발달은 기대하기 힘들다.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즐겨하는 놀이는 매끈한 바닥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스피드를 즐기는 것이다. 빠른 리듬의 생활을 유도하는 장소에서는 천천히 생각할 여유로움을 가질 수 없다. 어른들의 완벽한 관리 체제 속에서는 골목대장 놀이를 통해 또래 집단의 사회성을 습득할 그들만의 건강한 비밀장소도 없다. 그래서 왕따가 생기고, 아이들의 말이 빨라지고, 성격이 급해지는 것이 아닐까 걱정스럽다.
지속적으로 발표되는 신도시나 도심 재개발 제안에는 그 속에 사는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경제 논리와 정책만 있다.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는 아동들을 위한 환경의 질 높이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요즈음 자주 들리는 인간 친화형 도시 만들기는 거창한 슬로건 보다 아동 친화형 환경 가꾸기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아이들이 곧 미래시민이기 때문이다.
김 혜 정 명지대 건축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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