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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난 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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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난 쏠 수밖에 없었다"

입력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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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병사가 시가전에서 이라크 소년 2명을 사살하게 된 과정을 미국 아미 타임스 이라크 특파원 매튜 콕스가 USA 투데이지에 기고했다. USA 투데이는 8일 이 기고문을 "어린 소년들이 적이 될 때 전쟁은 더욱 추악해진다"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소년을 쏘아 죽인 병사는 미군 101공중강습사단 B중대 3소대 닉 보그스 일병. 3소대는 며칠 전 이라크 중부 카르발라 변두리에서 작전 중이었다. 이날 오전 격렬한 교전 과정에서 3소대의 브래들리 장갑차 1대가 이라크 군의 대전차 로켓포에 맞아 파괴됐고, 사병 1명이 중상을 입었다.

3소대는 오후 늦게 도시가 한 눈에 들어오는 3층 건물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3소대는 50m가량 떨어진 곳에서 대전차 로켓포를 들고 달아나던 민병대원 1명을 사살했다.

잠시 뒤 10살이 채 안돼 보이는 소년 2명이 골목에서 갑자가 달려 나와 민병대원이 떨어뜨린 대전차 로켓포 앞에 선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선봉에 섰던 보그스 일병은 민병대원의 시신을 주시하며 "내가 쏜 게 아냐, 난 쏘지 않았어"라고 소리쳤다. 소년들을 안심시키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년들은 허리를 구부려 로켓포를 주웠고, 순간 보그스 일병의 손에 들린 기관총이 불을 뿜었다. 수 십 발의 총탄이 두 소년에게 쏟아졌다. 그리고 뿌연 먼지가 피어올랐다. 잠시 후 먼지가 걷히고 소년들은 피범벅이 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1년 가량 기관총 사수로 복무한 보그스 일병은 당시가 아마도 평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을 내려야 했던 순간이었을 것이라고 콕스 특파원은 말했다.

당황한 보그스 일병은 소대장 제이슨 데이비스 중위에게 "소대장님, 제가 한 짓을 보십시오"라고 소리쳤다. 소대장은 "너는 할 일을 했다"며 보그스 일병을 진정시켰다. 보그스 일병은 "그날 전투가 계속됐기 때문에 숨진 소년들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카르발라 인근 폐허가 된 학교 운동장에 앉아 있던 보그스 일병은 "소년들한테 미안하지만 당시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담배를 입에 문 그는 "당시 누구라도 소년을 쏠 수밖에 없었다. 소년들에게 잘못이 있었다. 물론 나도 잘못이 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총성이 울리는 전장에서는 군인이든 소년이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콕스 특파원에게 심경을 털어놓았다.

/최기수기자 mount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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