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형 글·김상남 그림 베틀북 발행·7,500원'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어찌하여 이 마을에 오셨습니까?/ 놀러 왔습니다 놀러/ 놀러 왔습니다 놀러' 섬마을 아이들은 그네들이 사는 곳을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라고 불렀다. 50여 년 전 아름다운 제주도에서는 정말 도깨비 나라에서나 있음직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났다. '4·3사건'으로 불리는 이 일은 1945년 해방 후 통일국가를 세우지 못하고 남북으로 나누어져 외세의 통치를 받던 시기에 시작됐다.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는 4·3 사건을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옮긴 것이다. 해방 후 제주도에서는 남북 분단에 반대하고 통일 국가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 움직임을 막기 위해 군과 경찰이 나서서 학살을 자행했다. 수많은 제주 도민들이 '폭도'나 '빨갱이'로 몰려 죽어갔다. 유족들은 '빨갱이 가족'으로 몰려 숨죽인 채 살아야 했다. 제주 도민에게 분단의 상처는 깊고 오랜 것이었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동화 작가 박재형(52)씨는 "4·3 사건을 잘 모르는 어린이들에게 참혹한 사건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글을 썼다"며 '다랑쉬 오름의 슬픈 노래'의 집필 동기를 밝혔다. 꼬마 경태가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잃고 또 제 눈으로 아버지와 형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기까지 참혹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박씨의 목소리는 담담하다.
통일된 나라를 세우겠다고 굳게 의견을 모았다가 산으로 쫓겨 들어간 이들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은 '빨갱이 가족'으로 몰린다. 폭동을 막는다며 육지에서 동원된 서북청년단 단원에게 큰누나는 시집을 가야 한다. 집안에 닥칠 위험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다. 경태네 반 민수의 아버지는 일제 시대 순사였다가 해방 후엔 경찰이 되어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 앞장선다. 매일같이 배를 곯는 가난에 시달리는 것을 알면서도, 경찰은 가진 것을 내놓지 않는다며 마을 사람들을 못살게 군다. 경찰의 만행을 피해 산 속의 굴로 도망간 경태네 가족이 잔인하게 학살당하는 장면을 묘사할 때 작가의 목소리는 낮아진다. 그래서 더욱 슬프다.
작가는 "과거의 아픔을 거울 삼아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슬기를 배웠으면 한다"고 적었다. 다시는 이 땅에서 '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같은 슬픈 노래가 불리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이 아프게 전해진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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