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역을 공포에 떨게 만든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여파가 공연계에 밀려들고 있다.21∼30일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 중국 4개 지역을 순회 공연할 예정이었던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APO)의 '금난새와 EAPO의 중국 음악여행'이 무기한 연기됐다. 유라시안측은 "후원사인 포스코가 사스가 진정될 때까지 공연을 연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5월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대회의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중 뮤직 페스티벌 '동방의 빛들이여! 영원하라!'도 6월 이후로 일정을 연기했다. 주관사인 한국오페라단측은 "전쟁과 사스의 여파"라고 밝혔다. 해외 아티스트들의 공연 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대개 한국과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을 묶어 구성되는 구미 아티스트들의 '아시아 투어'가 중국 공연 등을 취소하고 한국으로 직행하는 쪽으로 조정되고 있다. 25, 26일 한전아츠풀센터에서 내한 공연을 가질 예정인 마임의 제왕 마르셀 마르소는 홍콩 공연을 취소, 곧바로 한국으로 날아 올 예정이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중국계 연주자들도 모국 연주를 잇달아 취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18일 호암아트홀에서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헬렌 황은 중국 공연 일정을 모두 취소했고, 2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여는 피아니스트 랑랑은 마카오, 홍콩, 하노이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아티스트들의 사스 관련 문의도 크게 늘어났다. 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연주회를 갖는 드러머 데이브 웨클은 기획사에 한국의 사스 실태를 물어 왔다. 5월20일∼6월1일 LG아트센터에서 '매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는 영국의 어드벤처 인 모션 픽처스측도 예정된 중국 공연을 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 관계자들은 "아티스트들이 아직 한국은 안전하다고 생각해 공연이 취소되지 않고 있지만 여간 조마조마한 게 아니다"며 "외국 아티스트들의 한국 공연이 대개 중국 공연과 연계돼 있다는 점에서 사스가 한국에 상륙하지 않아도 풍성한 내한 공연을 기대하기 어렵게 돼 간다"고 말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