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광야에 홀로 선 기분이었지만, 이젠 각계각층의 후원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생각에 용기가 생깁니다."지난달 24일 서울시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 국회의원, 변호사, 의사, 교수, 언론인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100명이 모여 '아동과 여성이 건강한 사회를 위한 100인 전문가 클럽'(100인 클럽) 결성식을 가졌다.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한 주인공은 박금자(50)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상임대표. 이들은 그간 '성폭력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애써온 박 대표를 소리없이 지원해오다가 클럽 결성까지 하게 됐다. '100인 클럽'은 성폭력 예방과 치료 사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거나 전문적 조력을 제공하게 된다.
박 대표는 한국성폭력위기센터(www.rape119.or.kr)를 운영하면서 '100인 클럽'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 센터는 2001년 설립돼 지난 한해동안 강간, 성추행, 임신, 낙태 등을 주제로 모두 1,138건의 상담을 접수했다. 이 센터는 국내에서 드물게 서바이버(성폭력 피해여성)의 증거 채취, 상담 및 치료를 동시에 해결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무료 제공하고 있다.
"성폭력 예방과 치료를 하려면 정신과 상담, 법률 지원, 변호사 선임 등 종합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알게 됐고 이번에 100인 클럽으로 네트워크화하게 됐지요."
연세대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대학강사를 하던 1991년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의료자문을 하다가 성폭력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같은 해 산부인과를 개업했다. 그는 서바이버들을 상담하면서 수없이 울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노와 연민이 '수지가 맞지 않는' 성폭력 예방과 치료사업을 지속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민주당 당무위원으로도 활동중인 그는 "여성이 저항한 흔적이 없으면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면서 "법률 개선이 없이는 성폭력이 근절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입법 활동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활동에 대해 별다른 내색을 않던 남편(정우제·55·정내과의원 원장)이 얼마 전 "당신이 좋은 일을 하는 것 같다"고 격려해주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사진 이민주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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