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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황의 언론보기]"미디어비평" 해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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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동황의 언론보기]"미디어비평" 해프닝

입력
2003.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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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봄철 개편을 앞두고 언론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비평'을 신설 주말 시사프로그램에 흡수·통합시키기로 하자 주위에서는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는 반응이다. 방송사상 유일하게 독립 포맷을 가진 '미디어비평'이 죽도 밥도 아닌 상태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결국 폐지의 수순에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다행히 MBC는 미디어 비평을 존속키로 했다. 그렇지만 '미디어 비평'을 폐지할 것인가 하는 논쟁이 벌어지는것 자체가 몇가지를 생각케한다.그 배경을 의심하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관련 기사의 부제를 '이긍희 체제의 보수회귀 신호탄?'이라고 달았고, 언론비평지 미디어오늘은 "방영시간이 너무 길고 지나치게 '조중동'만 비판하는 아이템이 많다"는 보도본부장의 변(辯)을 실었다.

'미디어비평'이 조선· 중앙· 동아일보만 비판한다는 지적은 제작 과정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MBC 간부가 그런 말을 했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조중동'도 한때 '미디어비평'을 자신들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것인 양 비난하기도 했다. 만약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그것은 숨길 수도 없으며 또 그런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존재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미디어비평'이 '조중동'을 일부러 다루는 게 아니라 언론계 쟁점을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조중동'이 걸리는 것이다. 그 이유는 '조중동'이 우리 언론을 양적으로 대표하는 신문이면서 또 언론현실의 문제들을 스스로 안고 있는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묻지 않고, '조중동'만 다룬다고 결과를 나무라는 자세는 잘못됐다. 오히려 '조중동'을 적당히 다루라는 주문이야말로 문제가 있다. 문제가 있으면 과감하게 다뤄야만 제대로 비평할 수 있다. 그게 비평 프로그램의 기본 제작자세가 아닌가.

또한 '미디어비평' 같은 프로그램에 드라마처럼 시청률을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다. 시청률을 높이려면 우선 편성시간을 좋은 시간대로 옮기는 등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한편으론 시청자층의 질적인 특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비평'의 시청자들은 고학력 전문직 층의 언론 마니아이다.

그리고 경영진은 '미디어비평'이 MBC가 공영방송으로 인정 받을 수 있게 하는 MBC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임을 알 필요가 있다. '미디어비평'은 지난 2년간 아주 중요한 시기에 잘못된 언론보도를 감시, 비판해왔다. 그 후 역설적이게 '조중동'이 미디어면을 신설하는 등 언론계의 자기 성찰에도 크게 기여했다. 많은 언론단체와 시민단체가 '미디어비평'을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했으며, 또 언론 쟁점을 둘러싼 토론이 활성화되면서 지식인들도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하기 시작했다. '미디어비평'의 역할과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정말 잘못됐다.

미디어비평은 언론학자와 시청자단체, 언론단체가 오래 전부터 요구해온 사항이다. 미국 언론은 자기 언론사와 소속 기자의 윤리적 잘못까지 추적하고 해부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언론사의 미디어비평 인식은 너무나 한심스럽다.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을 강조한 미국의 허친스 위원회는 한 언론이 다른 언론의 잘못을 묵인하는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상호간에 적극 비평을 해야만 언론이 전문직업으로서의 가치 규범을 고양시키고 또 사회적 쟁점에 관한 쌍방향적인 토론을 양성시킬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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