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100명을 넘어서는 동안 우리나라에서 환자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어제 세계보건기구(WHO)도 사스가 진정추세로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반가운 이야기이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다. 외국의 감염추세나 귀국자 추적조사로 미루어 이번 주와 다음 주가 중대한 고비인 것같다.그런데 검역체계와 대응태세를 살펴보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우선 검역이 부실하다. 사스 때문에 각종 국제행사가 취소되는데도 인천에서 열리는 체육대회에 참가하는 중국·동남아 선수 100여명이 별다른 검사를 거치지 않고 입국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인천공항 통과여객이었던 대만인이 입원까지 했던 환자라는 사실을 국정원 통보에 의해 알았을 만큼 해외정보에도 어둡다. 그 환자와 동승했던 입국자들에 대한 추적조사도 완벽하지 못하다.
검역소의 능력과 운영실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전국 검역소 13군데 중 의사가 있는 곳은 인천국제공항밖에 없다. 검역소장과 검역관 중 적어도 한 명은 의사여야 한다는 검역법 규정도 있으나 마나다. 전문지식이 모자라니 의심스러운 사람이 발견되더라도 통과시켜 놓고 사후 조치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긴다.
또 환자 발생에 대비, 격리치료병원을 선정하기는 했지만 본인들이 거부할 경우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이처럼 문제점이 많은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호흡기감염증 심사원칙에 대한 반발로 의료계가 진료 거부도 불사할 뜻을 밝혀 불필요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화의 어두운 단면인 질병의 확산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21세기의 유행병은 호흡기질환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경고도 나와 있다. 사스만이 문제가 아니므로 이번 질환을 계기로 전염병 대책과 검역체계 전반을 개선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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