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은 8일 후보등록과 함께 각각 경기 고양 덕양갑 전진대회와 의정부 정당연설회를 시작으로 4·24 재보선의 공식 선거전에 돌입했다.이번 선거의 의미는 노무현 정권 출범 이후 첫 선거이자 세 곳의 선거구가 모두 수도권에 몰려 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선거 결과가 민주당내 신당 창당론과 정계개편의 완급에 직접 영향을 미쳐 정국을 한바탕 요동치게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고양 덕양 갑이다. 한나라당 이국헌(李國憲) 후보와, 민주당과 개혁당이 연합 공천한 유시민(柳時敏) 후보의 성향 및 세대가 보수와 개혁, 60대와 40대로 확연히 대비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징성은 이 곳의 승패가 각 당에 미칠 파장이 그만큼 클 것임을 암시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리인으로 여겨지는 유 후보가 이길 경우 정치개혁 명분에 힘이 실리면서 민주당 신주류의 당 재편 드라이브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또 진로모색에 부심하고 있는 한나라당 개혁파에게도 충격파를 던져 보혁 구도로의 정계개편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도 있다. 유 후보가 지면 민주당 신주류가 연합 공천에 반대했던 구주류의 거센 반격에 직면, 당이 또 한차례 혼란에 빠질 공산이 크다.
서울 양천 을과 경기 의정부에는 같은 개혁 성향인 오경훈(吳慶勳·한나라) 양재호(梁在鎬·민주) 후보와 학원 이사장 출신인 홍문종(洪文鐘·한나라) 강성종(康聖鐘·민주) 후보가 각각 맞붙었다. 덕양 갑에다 이들 두 곳 중 최소한 한 곳에서 이기면 이번 선거의 승리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3곳의 선거구가 원래 민주당 의원 지역이었다는 점을 들어 "1석만 이겨도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실제 그렇게 될 경우 개혁파 동요는 물론 대표 경선 판도의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 역시 패하면 신주류의 당 개혁과 정계개편 작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이지만, 역으로 "더 이상 민주당 간판으로는 안 된다"는 신당 창당 명분이 강해질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연합 공천에서 탈락한 민주당과 개혁당 인사들이 각각 덕양 갑과 의정부에서 독자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게 민주당에게는 악재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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