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반미 시위에 악용될 수 있다'며 세종로 주한 미국대사관 주변 건물에 옥상 출입 통제를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다.서울 종로경찰서는 8일 "이라크 전쟁 개전 직후 반미·반전 시위가 격화하면서 미 대사관 경비를 강화하기 위해 대사관 주변 건물에 이라크전이 끝날 때까지 옥상 출입문을 폐쇄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대사관 주변 파출소 두 곳에 보내 조치토록 했고, 파출소측은 각 빌딩 관리 사무소를 방문, 옥상 출입문 폐쇄를 요청했다. 경찰 요청에 따라 옥상 출입문을 폐쇄한 곳은 교보·이마·대림건설·KT·현대해상·광화문 빌딩과 세종문화회관 종로소방서 등 8곳이다.
대림건설 관리실 직원은 "이라크전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옥상을 휴식공간으로 사용하는 직원들의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반전 시위를 주도한 '전쟁반대 평화실현 공동실천' 관계자는 "정당한 시위에 참여한 사람을 예비 범죄자로 왜곡하는 지나친 조치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종로서측은 "미 대사관 근처에서 기습 시위가 발생하고 대사관 월담까지 시도하는 상황에서 시위대들이 인근 건물 옥상에서 경찰 배치상황을 관찰한 뒤 취약한 부분을 뚫고 들어가는 상황이 우려됐다"며 "대사관 경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비상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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