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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이라크와 북한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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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이라크와 북한은 다르다

입력
200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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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울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부시 정부 내에서도 매파로 통한다. 그는 이라크 문제를 포함한 미국의 안보전략에서 힘의 우위를 바탕에 둔 '선제공격론'을 구상하여 부시정부의 테러전쟁의 이론을 정립한 사람이다. 그가 지난 6일 미국 NBC방송에 출연하여 북핵문제를 언급하면서 "북한은 이미 몇 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과 이라크의 상황은 매우 다르다"라고 말했다. 북한과 이라크는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지만 그 해결책은 각각에 맞는 맞춤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의 입에서 비둘기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라크와 북한이 다르다'라는 말은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하여 미국정부 인사들이 죽 해온 말이지만, 이라크 전쟁이 분기점을 맞은 상황에서, 그것도 울포위츠의 입에서 나온 말이어서 더욱 우리 정부 당국자의 귀에 솔깃하게 들릴 것이다. 전형적인 대량살상무기인 핵무기를 가졌다는 심증을 밝히면서 이라크와 다른 해법을 언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라크 전쟁과 북핵문제가 중복되어 이슈화하는 것을 막기 위한 연막전술일까, 아니면 일단 이라크에 힘의 위력을 보여줬으니 북한도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 위에서 말하는 것일까. 그 속내가 어떻든 부시정부가 일단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찾아 고심하는 증거라고 볼만하다.

■ 반전과 이라크 파병 반대는 우리 역사상 찾기 힘든 국민적 논쟁을 일으켰다. 파병동의안을 제출할 때와 그 동의안처리를 앞두고 국회국정연설을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략적 선택임을 몇 번씩이나 강조했다. 대통령의 말속에는 부시정부로부터 무력사용배제의 보장을 받은듯한 여운이 남아 있다. 한미관계에서만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후 풍기던 진보색채를 모두 지워버리고 아주 보수적 옷으로 갈아입은 듯하다. 마치 울포위츠가 비둘기 목소리를 내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변화처럼 보인다.

■ 예상대로 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끝나면, 세계의 이목이 북핵 문제로 쏠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오늘 유엔안보리 회의 의제에는 북핵 문제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은 선택의 고비를 맞고 있다. 핵무장과 위험한 고립이 한쪽에 있고, 비핵화와 평화적 공존이 다른 한쪽에 있다. 아마 그 중간을 모색할 수 있다고 판단할지 모른다. 한·중·일 등 주변국의 한반도 안정염원에 기대어 핵무장도 하고 남북 경제교류를 통해 국력을 축적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평화를 인질로 삼는 위험한 발상이다. 북한은 지금 얻을 것이 괜찮게 진열된 협상테이블 앞에 있는 것 같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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