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이 레일처럼 서로 연결되고, 전국 곳곳의 사람들이 공연으로 하나가 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매주 토요일 오후 6시 서울지하철 2호선 사당역 대합실에 가면 어김없이 통기타를 튕기며 70∼80년대 포크송을 부르는 '거리의 악사' 박종호(39·사진)씨를 만날 수 있다. 2000년 4월부터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릴레이 공연을 이어온 그는 지하철이나 철도 역에서 공연을 기획하는 '레일아트(Rail Art)'의 사무총장.
박씨가 지하철 공연을 시작한 것은 영국유학시절의 강렬한 인상이 계기가 됐다. 런던의 허름한 지하철 공간에서 다양한 공연이 이뤄지고, 시민들이 이를 보고 감동하는 순간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 박씨는 "서울에만 하루 620만명이 넘게 이용하는 '서민의 발' 지하철 공간에 예술의 일상화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2000년 여름께 총신대입구역 2평짜리 지하창고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어 그해 10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공연 동참자 모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뜻밖에도 김인배 전 KBS 악단장, 김명순 국립발레단 프리마발레리나 등 일류 공연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원하고 나서 현재는 서울에만 230여개, 전국적으로 500여개로 지원팀이 늘었다. 초창기 사당역에서만 열리던 공연은 서울 도시철도공사 5,7,8호선과 부산, 대구, 인천지하철로 확대됐다. 공항공사나 지방 철도역에도 깜짝 공연이 열리고, 일부 지방에선 자체 모임도 생겨날 정도다.
"전북 고창의 시골 고교 시절 음악을 배우려고 방과 후 음악실에 몰래 들어가 피아노를 치다 혼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는 박씨는 지하철 공연에 이어 문화적 기반이 취약한 도서 지역으로 공연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문화 예술에 대한 자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얻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대안학교를 만들겠다는 작은 소망도 갖고 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