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해 대박을 터뜨린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한 장면. 한강으로 쫓겨 도망친 지훈(권상우)과 수완(김하늘)은 학교 주먹, 동네 '조직'과 뒤엉켜 한판 승부를 벌인다. 그런데 그 장소가 생경하다. 둔치 콘크리트 구조물 아래의 물가 모래밭이 아닌가. 시멘트로 둘러친 한강에 모래가 쌓여 백사장이 만들어진 것이다.탄천이 한강과 만나는 청담대교 남단지역에 모래와 오니가 쌓여 축구장 크기의 퇴적지형이 형성됐다. 여의도 개발로 사라졌던 밤섬이 긴 시간이 지나 자연복원된 것처럼, 밀려온 흙과 모래가 시간의 더께로 다져져 한강에 생명의 모래톱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강시민공원관리사업소에 따르면 이 모래톱은 탄천에서 흘러온 모래가 퇴적한 것으로 1982년 한강개발 직후 형성되기 시작했다. 지금 이 모래톱에서는 한강공원관리사업소가 풀어놓은 오리 20여 마리와 비둘기들이 노닐며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한강을 모래밭이 있는 '강다운 강'으로 만든 이 곳에 최근 공사 준비가 한창이다. 쌓인 모래를 퍼내는 준설이 아니라 자연퇴적지형을 새와 물고기의 쉼터로 만드는 공사다. 5,000㎡에 달하는 퇴적지는 올 6월이면 호안녹화사업을 통해 갈대와 갯버들이 너울대는 수초 밭으로 바뀐다. 공사의 첫 단계는 물가 모래톱 끝에 파랑 방지용 말뚝을 박는 것. 이후 퇴적지 전 구간에 갈대와 물억새, 도루박이, 갯버들밭을 조성할 계획이다.
갈대밭은 물살에 휩쓸리지 않고 단단하게 자리잡을 수 있도록 특별한 방식이 도입된다. 코코넛 잎 재료의 멍석에 갈대를 미리 뿌리 내린 '갈대매트'를 까는 것이다. 현재 강원 홍천군에서 1,812㎡의 갈대매트가 육성돼 한강으로 올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한강시민공원관리사업소 김정동 치수과장은 "강변을 운치 있게 하는 데는 역시 갈대가 제격"이라며 "홍수가 나도 물살이 비켜가는 이곳은 침수피해 우려도 적다"고말했다.
모래톱과 이어진 탄천 방향 하안 186m 구간에는 인공 물고기집인 '식생대'가 만들어진다. 식생대는 가로 3.6m, 세로 2.7m 되는 통나무 식생틀을 4개씩 엮어 일렬로 배열해 만든다. 식생틀 안에는 커다란 호박돌을 집어 넣어 무게를 유지하고, 돌 틈은 산란장소등 물고기 서식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식생틀 윗부분은 코코넛 잎을 재료로 한 베개모양의 식생롤에 갈대를 심고 고정시켜 수초 밭으로 조성된다.
이 식생대는 탄천 이외에 중랑천 하류 뚝섬변 400m와 마포대교 북단 980m에도 조성된다. 탄천 식생대는 호안녹화 사업과 함께 6월 공사가 끝나고 중랑천은 올해 말, 마포대교는 내년 말에 완공된다.
서울시는 3곳의 한강 식생대 조성 시범 사업의 성과를 검토해 본 후 한강변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글·사진=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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