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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박재홍, 첫 호랑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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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박재홍, 첫 호랑이포

입력
2003.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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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홍이가 때때로 얄밉게 굴어서 그렇지 타격감각은 타고난 타자이다."현대 에이스 정민태(33)가 두차례나 힘을 합쳐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박재홍(29·기아)을 두고 종종 하는 말이다. 올해 1월15일 현금 10억원에 내야수 정성훈을 얹어주는 조건으로 현대에서 기아로 트레이드된 박재홍이 8일 잠실에서 벌어진 2003시즌 프로야구 정규리그 두산전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투런홈런을 터뜨려 팀을 5-2 승리로 이끌었다.

현금 8억원에다가 손혁(투수), 김창희(내야수)를 받는 조건으로 두산에서 기아로 이적한 진필중도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3연승 행진에 일조를 했다. 기아 선발 김진우는 최고구속 153㎞짜리 직구를 앞세워 8이닝 동안 5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시즌 첫승을 따냈다.

1996년 현대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박재홍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호타준족의 대명사로 꼽힌다. 입단 첫해 국내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30(홈런)―30(도루)'클럽에 가입하는 등 세차례나 '30―30'기록을 달성하며 현대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박재홍은 올 1월15일 훈련도중 구단 고위관계자로부터 기아로 트레이드됐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짐을 꾸려 고향으로 떠났다. 일부 전문가들은 규율이 세기로 소문난 고향팀 기아에서 자유분방한 박재홍이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팀분위기가 자유로운 현대에서는 몰라도 기아에서는 독불장군식 행동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박재홍은 현대시절 독특한 성격 때문에 팀동료들과 관계가 소원, 구단에서도 골머리를 썩인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을 정도로 속칭 '문제아'였다.

하지만 박재홍은 이날 결정타를 날리며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했다. 1―1이던 7회초 이종범의 적시타 등으로 팀이 3―1로 리드를 잡은 후 계속된 2사 1루에서 박재홍이 타석에 들어섰다. 투수의 구질을 예상, 노려치기를 잘하는 박재홍은 두산 이혜천의 시속 143㎞짜리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박재홍의 귀중한 홈런 한방으로 기아는 단숨에 5―1로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박재홍의 아치가 더욱 빛난 이유는 밀어쳐서 홈런을 만들어냈다는 것. 지난해 15개의 홈런을 때린 박재홍은 철저한 풀히터로 우측담장을 넘긴 것은 고작 2개에 불과했다. 끌어당겨치는 데 능하고 밀어치는 데는 약점이 많았던 박재홍이지만 이날 승부처에서 바깥쪽 볼을 공략하는 원숙한 타격을 선보였다.

부산경기에서는 16안타를 터뜨리며 시즌 첫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한 삼성이 롯데를 13―2로 대파하고 3연승을 달렸다. 대전경기에서 한화가 LG를 6―1로 따돌리고 유승안 신임감독에게 데뷔 첫승을 안겼다. 한화 정민철은 6이닝동안 4피안타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또 한화 김정수는 7회 구원등판, 최고령투수 출장기록(만40세8개월14일)을 세웠다. SK는 인천경기에서 현대를 3―2로 물리쳤다. SK의 고졸신인 송은범은 데뷔 첫승을 올렸다.

/정연석기자 yschung@hk.co.kr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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